'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 수사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일부 전·현직 판사들의 증거 인멸 의혹은 사법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송승화 기자)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 수사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일부 전·현직 판사들의 증거 인멸 의혹은 사법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월18일 이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달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이후다.

하지만 검찰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혹 실체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임의 제출 자료는 과도하게 제한됐고 압수수색 영장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돼 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판사들의 업무일지 파쇄, 휴대전화 파기, 이메일 삭제 등 지속적인 증거 인멸 사례가 다수 축적됐다고 주장한다. 휴대전화의 경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송곳으로 찍은 뒤 버렸다는 일부 판사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법원이 거듭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경우 무단으로 반출한 기록을 파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유 전 연구관은 문건 삭제 전 검찰에 해당 기록들을 삭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까지 작성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최근에는 이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차명 전화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이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해당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던 임 전 차장 변호사 사무실 직원을 설득해 넘겨받은 상태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거듭 기각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증거인멸 사태를 무겁게 보고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유 전 연구관이 문건을 파기한 것으로 파악되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서도 쓴소리가 많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죄가 되고 안 되고는 둘째 치고 떳떳하지 못한 일들"이라며 "본인은 물론이고 판사들이 의심의 대상이 되면서 사법부 전체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수사 중 사용한 차명 전화 분석을 통해 말맞추기 등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의심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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