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진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한파가 지속되는 등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투자 부진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한파가 지속되는 등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며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이다.

KDI는 11일 'KDI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감소로 내수 경기가 하락하고 고용까지 악화되는 등 삼중고에 빠졌다는 평가다. 소비 관련 지표가 다소 회복됐지만 투자 부진으로 증가세가 꺾인 내수를 개선하기에는 미약하다고 KDI는 분석했다.

7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은 반면 기계류가 큰 폭으로 줄어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벌써 5개월째 투자가 내리 감소했다. 하지만 8월 역시 반도체제조용장비와 기계류 수입액의 감소폭이 확대돼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7.0% 감소, 전월(-6.3%)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토목부분은 물론 건축부문의 투자 감소세도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KDI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며 내수 증가세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소매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일부 회복됐으나 소비자심리 하락 등 향후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요인은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기준치(100)를 밑돌았고 전월(101.0)보다 1.8p 하락했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라 고용 상황도 악화됐다.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전월(10만6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제조업(-12만7000명) 고용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시설관리·지원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2만9000명) 증가폭도 크게 둔화됐다.

KDI는 "7월의 경우 취업자 수 증가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인 요인이 고용상황을 어렵게 만드는데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KDI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가운데 건설업 부진 심화로 생산 측면의 개선 추세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경기가 급격하게 내리막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이 경제를 더받치고 있어서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 생산 측면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8월 수출은 8.7% 증가해 전월(6.2%)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도체(31.5%), 석유제품(46.3%), 철강제품(20.7%), 등 대부분 품목에서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석유제품, 선박 등을 제외한 수출도 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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