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애선 작가.

작가 변애선의 시(詩)는 여린 듯 강인하고 수줍은 듯 관능적이다. 그녀의 시에서 배어나오는 관능적인 물기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뜨거운 사막 위를 걷는 것처럼 당신이 고통스러울 때 수천 년 묵은 야성의 숲을 거니는 것처럼 위안을 주고 생기를 회복시켜 줄 것이다.

당신이 만약 자유를 갈망하고 야성으로 샤워를 하고 싶다면 지금 서점으로 가자. 잘 팔리는 외국의 장르소설 말고도 진흙 속에 숨어 있는 진주가 많다. ‘헤럴드북스’가 펴낸 변애선 작가의 시집 ‘매혹의 조건’과 변애선의 산문집 ‘낯선 남자와 13일을’이 바로 그렇다. 그의 관능적인 시와 수필에 빠지다 보면 작가 변애선이 괄목할만하고 역량이 넘치는 작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오랫동안 대학 강단에 섰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외래교수이거나 겸임교수라는 타이틀이 그럴듯하였지만 그는 어떤 성취의 희열보다는 부유해야만 하는 외로움에 탐닉한다. 약국을 경영하고 동시에 강의를 다니면서 두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치열한 외로움과 차마 타협하지 못한 채 시를 쓰고 수필을 쓰는 것이다.

그의 글은 묘하다. 금지된 것에 대한 동경을 간단하게 정당화한다. 그가 말하는 그 순간 불륜까지도 심지어 아름다워진다.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바로 그런 것이 시가 아닐까.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상처받고 견뎌내고 살아야 하는 일. 다시 굽은 등을 펴고 생의 궤적들이 준 상처를 묵히고 살아가는 일. 인간의 찬연한 운명.

특히 시집 ‘매혹의 조건’이 특이한 점은 각 시편마다 해설 시평이 붙는다는 점이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황건 교수의 해설은 변애선 작가의 시를 한층 고아(高雅)한 경지로 올려놓는다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이해할 수 있는지 느껴보는 것으로도 특별한 시집이 탄생한 것으로 의의를 둘 수 있는 것이다.

변애선의 시집 ‘매혹의 조건’과 산문집 ‘낯선 남자와 13일을’ 두 권의 역작이 나란히 동시에 발간되었다. 작가 변애선의 작품을 한데 묶었지만 각 장르의 성격과 지향점은 제 각각이다. 재미와 성찰, 전통과 모던을 관통하는가 하면 어느새 예술의 향기에 짙게 배어들어가는 독서의 기쁨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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