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 10%를 부과겠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송승화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 10%를 부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가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이며 필요한 반격을 가하겠다고 밝혀 맞받아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앞서 터트린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에 이어 4배 규모로 추가 보복하면서 양국의 무역전쟁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됐다. 양국이 보복에는 보복으로 맞서며 협상의 여지마저 사라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무역법 301조' 조치에 대한 성명을 통해 "중국의 보복과 무역 관행 변경 실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서면 더 강경한 카드로 제압하겠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관세의 대상이 되는 제품은 중국의 산업 정책과 강제적인 기술 이전 관행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번 추가 조치를 시행하면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중국산 수입품은 총 25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해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액 5050억 달러를 고려하면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USTR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500억 달러 규모의 조치를 내놨지만, 중국이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지도 않고 오히려 미국에 보복 조치를 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1년 넘게 중국이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고 시장을 개방하며 진정한 시장 경쟁을 해야한다고 끈기 있게 촉구해왔다"며 "우리는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해야할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은 우리의 정당한 우려를 해소하기보다는 미국 제품에 대해 보복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9월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USTR은 8월 17일까지 서면으로 이번 조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공청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의 이 같은 초강수는 최근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항해 중국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는 유럽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질서와 다자주의를 존중하고 규칙에 기반한 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받아들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번 관세는 유럽에게도 미국이 무역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또 베를린에서 리 총리를 만난 메르켈 총리에게도 구체적인 경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 대상에는 중국산 희토류까지 포함돼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고 있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부터 풍력 터빈과 군사 장비까지 거의 첨단 제조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략 자원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미국이 희토류에도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것은 자국 제조업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이 보복을 지속할 경우 더 큰 규모의 4차 조치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2000억 달러 이후엔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유보 상태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관세 폭탄'에 같은 규모, 같은 강도로 보복한다는 방침을 지켜 왔다. 중국은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발효했다. 미국과 같은 시기에 16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조치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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