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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기자) 수출로 근근이 버텨오던 한국 경제가 안팎 격랑에 휩쓸리며 흔들리고 있다. 안으로는 고용 쇼크가 5개월째 이어지고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3%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국내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8~2.9%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3.0%의 전망치를 제시하긴 했으나 12일 예정된 수정경제전망 발표에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전망이 어두워지는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탓이 크다. 그만큼 대외 통상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내수가 경제 성장세를 받쳐주는 상황도 아니다. '고용 빙하기'에 가계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고 정부가 기대했던 소비 회복세마저 주춤해지고 있다.

고용 상황은 지난달까지 5개월째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대 이하에 머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 5월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1.0%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기업들도 투자를 않고 손을 놓고 있다. 5월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3.2% 감소해 석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각종 경제지표의 불안한 흐름에 민간과 기업의 얼어붙은 체감경기 또한 풀릴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80)는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소비자심리지수(105.5)도 전월대비 2.4p 떨어져 1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민간과 기업이 움직이지 않고 있고 그 와중에 고용 사정까지 악화되면서 전체적으로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대외적인 금융충격 등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공 행진하는 국제유가 상승세도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6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 뛰어올랐는데, 이는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미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10% 정도 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다시 80달러를 기록할 수 있고, WTI도 80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 기조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다. 한·미간 금리 역전이 곧바로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실물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금리와 유가가 오르면 가계 부담이 커져 민간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높다고 진단한다.

한국 경제가 3% 성장이라는 '마지노선' 앞에서 강력한 파고를 맞았음에도 저성장 고착화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방점을 찍은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는 안이하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데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며 "분배 쪽으로 방점이 찍혀 성장이 도외시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여력이 꽤 있다"며 "하반기에 추경예산을 한 번 더 편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정 여력을 통해 일자리 쪽을 보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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