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연애
신형주
껌을 고를 땐 향기를 맡게 되지
사랑이 후각으로 시작되듯이 말이야
연애는 추잉검 같은 거야
포장지를 벗겨 도도한 나를 한입에 쏙
입안에서 흐물흐물 온순해지며 흘러나오는 단물을 느껴봐
츄잉츄잉 즐겨봐
씹기만 해야 된다는 걸 명심해
오물오물 질겅질겅
동그랗게 굴려보고 납작하게 만들어봐
불량하게 날 가지고 놀아보는 거야
가끔은 저질스럽게 시끄러운 소리도 내면서
지루함과 무료함이 사라질 거야
질기고 딱딱해지면
쿨하게 헤어지는 거야
길바닥에 버려진 슬픈 연애들이여
약력
-경기도 수원 출생
-2010 ‘시에’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