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전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관세폭탄’으로 시작된 양국의 다툼이 IT분야로 불길이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중국 법원이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에게 중국 내에서 D랜과 낸드 등 26개 제품을 일시적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중국 법원 판단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을 차단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의 이 같은 강경 조치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에 반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이 ZTE,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것에 대한 설욕이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대만 반도체업체 UMC가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과 관련, 중국 푸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최근 마이크론에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등 26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 명령을 내렸다. UMC는 전날인 3일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론과 UMC는 지난해부터 디자인 도용, 산업 기밀 탈취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중국 현지에 D램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인 UMC와 협력사 푸젠진화가 자사의 메모리칩 관련 영업기밀을 침해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UMC는 지난 1월 마이크론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중국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UMC는 법원에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의 정반 정도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로 의존도가 크다. 이 때문에 중국이 대미 공격 수단으로 이번 법원 결정을 하도록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이지만 주요 공급자는 마이크론, 삼성, SK하이닉스 등 해외 업체들이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UMC를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아직 판매 금지 명령을 전달받지 않았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8%나 떨어졌다.

한편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선 일단 이번 사안은 정치적 이슈로 본격 판매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이 가격담합 등을 이유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불확실성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중국 등 후발 국가의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전략'과 미세화, 고성능, 고집적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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