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진실

 

여전히 7월이었고, 여전한 7월이다

 

우리가 쌓아가는 거짓과 허구

그리고

그와 상관없이 몰래,

숨어들었다 심장 빠져나가는 진실에 대해

 

나그네와 같은 그 진실에 대해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모든,

모든 것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한다

다만,

거짓을 쌓아갈 뿐이다 그리고,

믿을 뿐이다 어떤,

조짐도 징후도 없이

 

누군가 목매기 전 유서에 써놓았다더라

- 세상은 거대한 고아원이다 -

 

진실이 자살하는 계절,

여전한 7월이었고, 여전히 7월이다

 

- 시의 창 -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세상을 진실하게 사는 사람이 더 손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틀림없이 정직하고 진솔한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복을 받게 되어있어야, 착하고 어진 사람에게 세상의 축복이 더 돌아가야 마땅하거늘, 실제 겪어보니 세상의 인심이 그렇지를 않다.

남을 헐뜯고 중상모략을 일삼으며, 자기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서 전력투구하는 이른바 파렴치한 사람들이, 득세를 하거나 성공이라는 관문에 먼저 들어가서 떵떵거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본다.

그럴 때마다 도대체 정의구현이라는 것이, 올바른 삶의 도리라는 것이 왜 필요한 삶의 덕목이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냥 대충대충 하거나 정도를 슬그머니 벗어나면서, 이따금 감쪽같은 속임수로 세상을 기만하기도 하면서, 남보다 많이 차지하고, 남보다 더 윗자리를 쟁취하는 것이, 그래서 실세가 되고 주류가 되고 본질이 되는 것이, 약아빠진 처세의 방도이며 뛰어난 삶의 기술이 아닌가 말이다.

어차피 지금 이대로라면 진실은 사라진 의미이며 이미 실종된 가치이다.

적어도 진실이라는 단순한 단어조차도, 어느 사이엔가 현대사회에서는 아예 골동품 취급을 받는 옛말이 되어지고 말았다.

안타깝고도 분한 노릇이다.

도대체 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품격있는 마음의 산물인데, 진실이 무엇인지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생매장되어버렸단 말인가?

예컨대 ‘진실’이라는 단어는 ‘거짓이 없는 사실’ 또는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진실을 논하자면 그에 앞서 우선적으로 그 반대편에 서있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 ‘거짓’을 새겨보아야 한다.

거짓을 일삼고, 거짓이 만연된, 거짓으로 일상을 도배하는 현대인의 그릇된 사고방식이 바로 ‘진실’을 죽여버린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그렇다면 실종되어버린, 우리의 삶에서 사라져버린 ‘진실’은 도대체 무엇이며,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알맞은 것’이 바로 진실이다.

허세와 허영, 그리고 허욕 따위를 왜 거짓이라고 하는지 아는가?

그것들은 모두 알맞지 않는 까닭이다.

무엇을 안다고 뽐내는 사람은, 조금 알고 있을 뿐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잘 모르면 어렵게 말하고, 잘 알면 쉽게 말한다.

쉬운 것을 어렵게 둘러치는 건 바로 서툰 까닭이다.

원숭이는 사다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무를 타는 기술이 능숙한 까닭이다.

산새는 앉을 나뭇가지를 고르지 않는다.

어느 가지에나 앉을 줄 알기 때문이다.

서툴면 억지를 부리고, 쉬운 길을 두고 가파른 길로 어렵게 간다.

그러나 어렵던 것도 잘 터득하고 나면 쉬워지게 된다.

인생에는 어려움과 쉬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상한 짓을 해서 남의 눈을 홀리게 꾀를 부릴 이유도 없고, 그 사실을 호도하거나 자랑할 것도 없다.

알맞은 것은 언제나 그냥 본연이다.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으면 그게 바로 본연인 것이다.

세상에 본연보다 알맞은 것은 없다.

그렇게 진실의 참모습을 배우는 삶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다.

또한 진실은 낮출 때에 비로소 높아지는 것이다.

조화로운 인간 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받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면 상대는 문을 열지 않는다.

문을 열기는 커녕 경계하는 마음이 된다.

주는 마음은 바로 열린 마음이다.

내 것을 고집하지 않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 주는 것, 그것이 열린 마음이다.

무엇인가를 애써 주려고 하지 않아도 열린 마음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냥 열린 마음으로 있으면 된다.

가만히 있어도 열린 마음이면 그건 주는 마음이다.

나를 낮추는 것은 열린 마음의 시작이다.

나를 낮추고 또 낮춰 저 평지와 같은 마음이 되면 거기엔 더 이상 울타리가 없다.

벽도 없고 담장도 없다.

넓디 넓은 들판엔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고, 뭇 짐승들이 자유롭게 찾아와서 머물고, 머물다가는 또 자연스럽게 떠난다.

그러니 거기엔 아무런 시비도 투쟁도 없다.

갈등도 없다.

장애도 없다.

거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고로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요, 열린 마음은 자유로운 마음이다.

현실에 배어있는 사회적 배경을 전제로 생각하다보니, 웬지 모르게 조금은 칙칙하고 우울한 주제로 이어진 듯 하다.

실은 초록의 감성이 무성하고 태양의 낭만이 넘쳐나는 7월의 진실이라면, 적어도 뜨겁고 화창하며 정열적인 노래를 부르면서 하늘을 향해 소리높이 외쳐야 하는 것일진대.

그래서 청춘도 노래하고, 사랑도 노래하며 7월을 만끽해야 하는 건데 말이다.

그렇다, 7월에는 애틋한 그리움마저 아름다운 아픔일 것 같으니 누군가를, 무언가를, 어딘가를 그리워 하는 그리움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오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꽃잎 향기 날리는 그대로, 마음 깊이 새긴 하얀 꽃잎을 넓은 하늘에 펼쳐놓고, 하얀 구름에 그리운 사람 이름 새겨놓으며 마음 놓고 마냥 그리워하자.

7월의 햇살처럼 그리움이 가슴에 스며들면, 멀리서 다가오는 구름 떼어내, 오늘이라면 푸른 숲 싱싱한 잎사귀에 하얗게 달아주자.

수목의 그늘 아래 번진 그림자 아련하게 보이면 사랑하는 마음 가슴에 담아, 오늘이라면 빛나는 눈물로 감싸 더 그리워하자.

진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꽃향기 가득한 계절, 낯설지 않은 부드러운 바람결에 마음 실어,

오늘이라면 누군가에게 향기로 날리게 하자.

빛 고운 추억의 지난 날들이, 오늘이라면 반짝이는 햇살 아래 들꽃 하나로 마음에서 자라나는 그리움이 되게 하자.

곁을 지나가는 바람결에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 오늘이라면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꽃으로 피어나게 하자.

가슴을 헤집던 한없는 그리움일지라도, 오늘이라면 꽃빛에 잠긴 향기로 가득 채우게 하자.

그토록 바라던 그리움의 노래를, 그리움 가득한 한 편의 시를 저 넓은 하늘 원고지에 써보는 오늘이, 내일이, 그리고 이어지는 많은 날들이 되기를, 우리 진실로 기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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