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기자)  “적어도 돌아서서 걷는 모습이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추하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젊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 주겠다”며 6.13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우종재 서산시의회 의장의 말이다. 부석면 출신인 우 의장은 서산농고 졸업 후 32년간 서산시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퇴임 후 서산시의회 의원에 도전해 제6대와 제7대 의원에 연거푸 당선됐다.
제6대 의회에서는 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장을 지냈고, 제7대 후반기 의회에서는 의장을 맡아오고 있다. 합리적이고 소탈한 성격에 탄탄한 지역기반을 자랑하는 우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 당선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과감히 불출마를 선언하고 명예로운 퇴임을 선택했기에 그의 퇴장이 지역 정가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많은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들은 우 의장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많은 아쉬움을 함께 토로하고 있다. 우 의장은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지금도 아침 아홉시면 손수 차를 끌고 의장실로 어김없이 출근하고 있다. 8년간의 의정활동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우 의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이제 몇일 후면 8년간의 의정활동을 마치게 되는데 그동안의 소회에 대해서 말해달라.
- 얼마 전 제8대 의회 당선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얼마후면 정들었던 의회를 떠나는 사람으로 그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했다. 8년 전 당선인 신분으로 의회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부터 지난 8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보람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생애 가장 값지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듯 싶다. 많은 주민들을 만났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음에도 주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과 성원을 받았다. 주민 여러분의 고마움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앞으로 남은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려 한다.

제7대 후반기 의회를 무리없이 이끌며 역대 최고의 의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떠한 자세로 의장직을 수행했으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과분한 평가다. 선배 의원님들이 그동안 의정기반을 탄탄히 다져왔고, 동료 의원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제7대 의회가 큰 대과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의회와 집행부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다. 시장을 포함한 집행부 공무원도 시민이고, 의원 한 사람 한 사람도 모두 똑같은 시민이다. 사안에 따라 생각과 소신이 틀릴 수 있겠지만 지역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한결같다.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집행부에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하려 노력했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집행부공무원들과 소통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국·과장을 찾기보다는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 주무관들을 먼저 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특별히 일을 잘 했다기 보다는 이런 점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 않나 싶다.

그간 의정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첫째는 주민 여러분이다. 의원을 만들어 준 것도 주민 여러분이고 의원을 계속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도 주민이다. 정치라는 것이 서로 다른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주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이다.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8년간 일하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일을 시원스레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주민 여러분께서는 항상 믿어주셨고 격려해 주셨다. 8년간 믿고 지켜봐 주신 주민 여러분께 한없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8년간 곁에서 묵묵히 내조해 준 집 사람도  빼 놓을 수 없다. 의원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약속이 잦을 수 밖에 없다. 집사람은 술이라도 마시는 날이면 시간에 상관없이 부석에서부터 시내로 차를 끌고와 나를 태워갔다. 크고 작은 행사가 많아서 주말이라도 변변한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했다.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자식 둘을 잘 키워준 것만해도 고마운데 의정활동 한다고 8년간 집 사람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다. 앞으로는 시간이 많이 남는 만큼 집 사람과 함께 여행도 하면서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

8대 서산시의회 당선자를 보면 소위 중진이 없고 초선이 대다수다. 일각에서는 행정이나 의정경험이 부족한 데 대해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8대 의회는 초선의원이 역대 어느 의회보다도 많다. 연령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걸어온 길도 아주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 부족이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연령대가 비교적 젊어진 만큼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주민들과 더 잘 소통할 것이다. 다양성을 지닌 만큼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영역을 더 세심히 챙길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시민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당선자 한 분 한 분이 모두 능력있고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분들인 만큼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선배의원으로써 끝까지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의정활동을 펼쳐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뒤집을 수도 있다. 민심의 바다를 향해 닻을 올리는 후배 의원들이 가슴에 꼭 새겨주길 바란다.

서산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서산시는 역동적인 도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도 매년 인구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며 대외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민들의 발전에 대한 염원과 역량 또한 아주 높다. 다만, 환경문제 등 몇 가지 현안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발전을 위해서는 갈등이 반드시 뒤따르겠지만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    지 않다. 지금의 서산시에는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    엇이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 주장만 내세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만 주장하며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바꿔야 할 때다. 새로 취임하는 시장에게 쥐어진 가장 큰 숙제다.

지방자치가 성년의 나이를 훌쩍 넘었음에도 지방자치 무용론, 지방의회 폐지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올바른 지방의회 구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방의회를 없애자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격이다. 행정의 효율성만 따지자면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도 예전과 같이 관선으로 임명하면 될 일이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일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난에 앞서 제도적 장 치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 강화, 사무국 직원인사권 독립, 보좌직원 도입 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방의원 스스로도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와 함께 높은 도덕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서산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몇일 후면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록 공직을 떠나지만 시민 여러분의 고마움 평생을 잊지 않겠다. 미력하나마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움이 되도록 애쓰겠다. 7월이면 민선7기 시정과 제8대 서산시의회가 새롭게 출범한다. 우리 지역의 주인은 시민 여러분이다. 민선7기 시정과 제8대 의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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