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용대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박진우기자)  갚아야 할 빚더미는 늘어가고 소비나 저축을 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8년 6월)'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가계 신용대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모두 16조7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증가액은 12조3000억 원, 비은행은 4조4000억 원으로 주로 은행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가파르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줄어들고 있으나 신용대출 증가율은 올라가고 있다.

신용대출이 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로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간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비대면 대출이 활성화되고, 이전보다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손쉽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원인도 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간 금리차는 지난해 1~6월중 평균 1.3%p에서 지난해 7월~올 3월중 평균 0.9%p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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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주택관련 자금수요 증가, 금리 등 대출조건 개선, 접근성 및 거래 편의성 제고 등에 따라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 신용대출은 고신용, 고소득 차주의 비중이 높은 만큼 부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기준 신용등급별 가계 신용대출 비중을 보면 1~3등급의 고신용 차주의 비중이 59.5%로 가장 높았고 이어 4~6등급이 32.2%를 차지했다. 저신용자인 7~10등급 비중은 8.3%로 집계됐다. 가계신용대출 잔액중 고소득 차주의 점유 비중은 17.6%에 달하고 있다.

한은은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이 양호하고 대출자산 건전성도 양호해 현 단계에서는 관련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다만 가계 신용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향후 시장금리 상승기에는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계의 부채 증가 속도는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말 기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0.1%로 전년동기대비 5.0%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14년 1분기 132.7%였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5년 1분기 135.9%, 2016년 1분기 144.5%, 2017년 1분기 155.1%로 꾸준히 상승했다. 불과 4년 사이 27.4%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가계빚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468조원을 돌파하며 여전히 신용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1분기 신용대출 증가율은 전기대비 10%로 1년 전(5.0%)보다 크게 늘어났다. 다만 정부의 각종 규제의 영향을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전기대비 6.9%의 증가율로 1년 전(11.3%)에 비해서는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 대출금리가 오르면 고위험가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수와 부채가 늘어날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이 지난해 3월말 기준 전체 부채가구의 3.1%를 차지하는 고위험가구(34만6000가구)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금리 상승시 가계 채부상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출금리 상승시 고위험가구 수와 부채 비중이 모두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100bp(1bp=0.01%p)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3월 기준 3.1%에서 3.5%로 상승하고, 200bp 증가하면 4.2%로 올라 최대 1.1%p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00bp 오르면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중도 기존 5.9%에서 7.5%로 확대되고, 200bp 인상시에는 9.3%로 상승해 최대 3.4%p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분위별로는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소득 2~3분위(하위 20~60%)에서 고위험가구 비중이 크게 늘었고, 부채 비중은 소득 4~5분위(상위 20~40%)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득이나 자산대비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가구를 중심으로 고위험가구에 편입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금융기관의 양호한 손실흡수능력 등을 감안하면 가계 채무상환 능력 약화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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