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기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못지않게 재래식 전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집중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장사정포가 그 핵심이다. MDL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의 장사정포는 핵과 미사일에 이어 남한을 위협하는 핵심 전력으로 꼽혀왔다.

지난 14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와 해안포 철수 문제가 논의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왔지만 군 당국은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군 당국이 논의 사실 자체를 부인했지만 북한의 장사정포나 해안포 문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에 필수적인 부분인 만큼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야포와 다연장로켓·방사포를 포함하는 것으로, 북한은 전방군단에 이를 집중배치, 수도권의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 지적돼 왔다.

1994년 3월19일 판문점 8차 남북실무접촉 당시 북측 단장이었던 박영수가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불바다가 된다"고 위협하면서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북한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장사정포를 대거 배치했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야포 8600여 문과 다연장로켓·방사포 5500여문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170㎜ 자주포가 1000여 문, 240㎜ 방사포 200여 문이 MDL 일대에 배치됐고,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하는 자주포·방사포는 350여 문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사정포를 30~40㎞이상 후방배치하게 될 경우,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 상당 부분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을 일으킨 북한 옹진반도 일대 해안포 역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주된 위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옹진반도 지역에 배치된 122㎜와 130㎜ 해안포는 최대 사거리가 24~34㎞로 알려져 NLL을 넘어 서북도서와 해안 타격이 가능해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남북은 지난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NLL 일대의 우발적 충돌방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과거 6·4합의를 복원한 바 있다.

6·4합의는 지난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서해상 함정 대치의 철저한 통제 ▲서해상 함정과 민간선박 간 부당한 물리적 행위 금지 ▲국제상선공통망(156.8Mhz, 156.6Mhz) 활용 ▲기류 및 발광신호 규정 제정 활용 ▲서해지구 통신선로 이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 4·27판문점선언에서도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을 합의한 만큼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밖에도 남북은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DMZ 평화지대화의 시범 조치로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지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도 JSA 비무장지대화 방안에 대해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판문점 작전·경비 등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하기로 해 향후 추가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에서 JSA 비무장지대화 의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남북은 6~7월 추가 후속 장성급 회담이나 군사당국 간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이같은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사정포와 해안포 등 문제는 군비통제 문제와도 관계가 있어 국방장관급회담에서 다룰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남북 국방장관회담 시기나 장소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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