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하는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진화기자)  한·미 군 당국이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의 일시 중단을 결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국방부는 19일 오전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의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이 이번 UFG연습 일시 중단에 대해 '중단'이 아닌 '유예(suspend)'라고 발표한 것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 비핵화 협상 결과에 진전이 없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단 조치를 되돌리겠다는 일종의 스냅백(Snap back) 조항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예'조치와 관련해 "훈련은 일단 중지하는데,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은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선의의 대화' 진행을 단서조항으로 단 것이다.

아울러 이번 연합훈련 일시 중단 조치는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된 후속 고위급회담에서 북미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북미 고위급회담과 향후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연합훈련 유예 조치의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3월 대규모 연합훈련(키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의 중단·재개여부는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방부도 이날 UFG연습 중단과 관련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문제에 대해서는 연합훈련에 대한 유예라는 저희의 조치가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저희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북미 간 합의하고 한미가 협의한다는 게 동맹절차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는 "꼭 그렇게 볼 사항이 아니다"며 "동맹의 경우 포괄적인 사안에 대해서 같이 협조하고 있어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대변인은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한 것에 한미 연합훈련도 포함되냐'는 질문에는 "지금 한반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평화적인 남북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는 정부 독자 훈련인 을지연습 유예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 차원의 을지연습 유예 방안도 검토 중인가' 질문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논의 중이다. 방법은 몇가지 있을 수 있다. UFG처럼 유예하는 방식, 예정대로 하는 방법, 상황에 맞게 변하는 방안 총 세가지 정도가 있다. 그 중에 하나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