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잎의 노래

정종복

잎사귀 소리가 푸르다

바람이 지휘하는 대로 부르는

댓잎의 연주소리는

곧고 맑아서 청아하다

 

때로는 대금소리도 내고

때로는 첼로소리도 내며

한바탕 숨을 돌리기도 한다

 

쪼개질지 언정

휘어지지 않는 성정이

속은 비어도 그 속에 품은

바르고 굳센 의지를 힘껏

열어 젖힌다

 

마디마다 두른 혁대를 조이면서

날마다 고운 음성을 다듬으며

오늘도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두루마리 휴지

말려진 너의 속은

내 어찌 알수 있으랴만

너무 깊은사랑 하지 말라고

정지선을 그어 놓은

그 점선

 

어디까지 풀어야 할지

고민이 곧 작은 사랑이다

 

은은한

분향 풍기며

살포시 안겨드는

너의 포근함이 좋고

순수하고

부드러움에 젖어

늘 부담없이 느긋하게

너의 가슴을 풀어 헤친다

 

약력

- 법무사

- 한국문학작가회 신인상(시부문)

- 대한문학세계 등단(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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