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 박근혜정부와 거래를 했다는 재판거래 파장이 법원 내부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라 법원이 초유의 위기에 몰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시절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모종의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들이 법원행정처의 문건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비밀 문건까지 작성해 가며 법원의 판결을 관리하고 판사들을 길들여 왔다는 사실에 민주국가에서 경천동지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헌법을 채용하여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하는 대한민국은 엄연한 삼권분립의 헌법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의 독립된 주체가 대한민국 정부의 골간을 이루는 국가 통치구조를 이룬다. 삼권분립은 서로 독립된 영역에서 국가권력을 상호 보완하고 견제하며 헌법 수호를 통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보호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스스로 독립을 유지하며 그 위치를 지켜나갈 때만이 권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스스로 법원의 권능을 포기하고 청와대와 대통령에 아부하며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재판을 유도한 사실이 공개된 문건이 증명한다.

이런 법원의 사태에 대하여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를 통해 대법원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는 양승태이지만 그와 함께 대법원을 구성해 문제의 재판을 한 대법관들도 책임이 있다.

사법의 신뢰를 위해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이제까지 그 대법원에서 양승태의 대법원 운영에 저항한 대법관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런 대법관들 다수가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현 정부 사법부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후속 조치를 두고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는 신중한 태도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두 갈래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지방법원 단독, 배석 판사 등 소장 판사를 중심으로는 엄정한 수사 촉구 의견이 크지만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허나 이 사태는 사법부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이 침탈당하는 판결이 내려져 피해자가 발생했다.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의 차원에서도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양 전 대법원장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판결을 유도하여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우리 법체계에는 이익형량(利益衡量)의 원칙이 있다.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형량하여 결정하는 원칙이다. 이러한 기본권에 대한 이익형량은 공익 대 공익뿐만 아니라 공익 대 사익 간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검찰 수사를 거부하여 얻는 이익과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하고 사법거래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을 철저히 수사하여 국민 권익보호로 얻는 이익을 비교 형량 하더라도 수사를 통한 이익이 더 크다 할 것이다.

따라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한 결과로 발생한 이번 사태는 검찰의 수사로 기본권 회복과 국민적 알권리 충족은 물론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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