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공사비 부족으로 벼랑 끝에 몰린 건설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건설업계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대로 가다간 건설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다.

공공건설공사의 경우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공공공사를 주로 수주하는 건설업체들은 매년 40% 가까이 적자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고사하고 재료비, 노무비, 경비에도 미달하는 적자공사가 37.2%에 달한다.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22개 단체 7000여명이 지난5월31일 대국민호소에 나섰다. 공사비 부족으로 현장 안전·고용여건 악화는 물론 산업기반 붕괴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건설인들을 거리로까지 내몬 건 공사비 부족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보여준다. 종합과 전문, 전기, 기계설비 등 범 건설업계가 모두 참가한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적정한 공사비 책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도급 협력사와 자재·장비업체의 동반부실화와 근로자의 임금체불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대로 가면 건설업체도 쓰러지고 국민안전도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일한 만큼 제값을 받고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공사비 부족문제는 건설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사비 부족으로 건설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공공 시설물의 부실과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하면서 국민의 생활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공사비 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술개발 여력이 없어져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해진다. 국가경제 전반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사비 부족은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만들려는 11만개의 일자리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국토·교통부문 일자리 9만6000개’ 실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수차례 정부에 공사비 정상화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아직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벼랑 끝에 몰린 건설업계에 정부가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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