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소방서 현장대응단 감식 소방장 허영준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 시간, 영업이 끝난 치킨집에서 별다른 원인 없이 저절로 불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례로 2018년 3월 1일 홍익동 치킨 화재는 닭을 튀기고 모아놓은 산패된 튀김 찌꺼기에서 열이 축적되어 자연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에서만 60여건의 자연발화 화재가 발생했으며, 그중 산패된 튀김 찌꺼기에 의한 화재가 일정 부분(6.49%)을 차지하고 있다.

불포화유가 많은 식용유를 이용한 튀김찌꺼기, 부스러기 등은 가열된 채로 회수하여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적치된 튀김찌꺼기에서 열 축적이 일어나 밀가루의 발화점 180℃ 이상의 온도에 도달해 점화원 없는 자연발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튀김 찌꺼기를 빨리 건져내어 불연성 금속재질의 용기에 모아 두고 많은 양이 쌓이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

요즘처럼 초여름 날씨가 지속되면 튀김류, 깻묵 등이 자연발화 하여 화재로 번지는 일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자연발화는 기계 부분의 윤활유, 방역작업에 사용되는 생석회, 퇴비, 음식물쓰레기 등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주로 분말형태를 띄면서 주변의 온도와 습도가 높고 열 축적이 쉬운 상황에서 많이 발생한다. 전국 단위의 자연발화 화재 건수를 살펴보면 2015년도 312건에서 2017년도 451건으로 3년 사이 140%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잘 모르고 지나치는 자연 발화를 막기 위해서는 저장소의 온도를 낮추고 통풍을 시켜 습도를 낮게 유지하여야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저장소에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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