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기자)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기의 핵 담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쥐고 있는 카드가 수면위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더 크게, 더 다르게, 더 빠르게’ 핵 폐기를 진행한다면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엄청난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내 배짱과 이렇게 맞는 사람은 처음봤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평가처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미국의 ‘당근’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변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에 입점하는 상상이 현실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정은이 그와 그의 북한 정권 전체가 대량 파괴 무기 없이도 더 잘 살 수 있다고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볼 때 우리는 가능한 빠르게 북한과의 무역과 투자를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도 미국의 북한 경제부흥 지원 카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4일 미국이 북한을 향해 "핵을 가진 빈국이냐, 핵 없는 개발도상국이냐를 선택하도록 했다"면서 "김 위원장도 핵 없는 개발도상국으로 가는 경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 같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가서 초기단계에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들어가서 북한 경제 부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중요한 것은 미 기업이 실제로 안 들어가더라도 미 정부가 전 세계를 향해 북한에 투자를 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 것 자체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미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기들이 명확하게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수익 모델을 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서비스나 금융 쪽이 발달했지만 제조업은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으니 주로 에너지나 자원, 금융, 서비스 분야 기업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특히 철도나 건설 등 북한의 인프라 재건을 위해서는 "국제금융기구가 북한에 들어가는 게 기본"이라며 "안전한 금융지원이 연계돼 있어야 개별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다. 개별 기업들은 자기들 돈으로 북한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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