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준표 대표가 임명장을 수여하다 민경욱 의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기자)  요즘 정치권 뉴스의 중심인물은 누가 뭐래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다. 홍 대표는 “북한 노동신문,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일부 어용 언론들도 한 마음으로 홍준표를 욕하고 있다“며 “이 정도 되면 남과 북에서 홍준표가 제일 유명한 인물이 됐다”고 너스레다.

홍 대표가 이렇게 남북한에서 유명인이 된 것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남북정상회담 관련 언행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 대표로서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언행일수 있다지만 너무 나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한국당 내에서도 홍 대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도 있다. 4선 중진인 강길부 의원은 3일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탈당'을 예고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公黨)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당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며 "오죽하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가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려 반성을 촉구했겠냐"고 반문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홍 대표에 대한 비난은 원색적이다. 하 최고위원은 "빨갱이보다 '홍갱이'(홍준표+빨갱이)가 더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 대표는) '반대만 하는 사람'을 경상도에선 빨갱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전 홍갱이라고 명명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홍 대표님, 더 이상 북풍은 없다. 북풍이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아무리 홍 대표가 북풍을 불러일으키려고 해도 북풍은 불지 않고 홍풍만 세차게 불 뿐"이라고 남북 정상회담 혹평을 이어가는 홍 대표를 힐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막말배틀'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특히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는 상황"이라며 "홍 대표의 남북회담 폄훼는 도가 지나치다. 판문점 선언에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있다고 하는데 참 기가 막힌다"고 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홍 대표의 '차기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 것 같다'는 발언은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며 "홍 대표의 막말 대행진 때문에 한국당 지지율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는 걸 홍 대표만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 홍 대표를 감싸는 목소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는 "홍준표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판문점 선언의 성공을 위해 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야당 대표로서 홍 대표의 발언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성태 원내대표는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에 참석 직후 "홍 대표의 표현 방식이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인정한다"고 밝혀 홍 대표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 대표는 이 같은 당 안팎의 십자포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홍 대표가 말하는 깨어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내달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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