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정극원 교수

 

(조대형기자)  만약 수백 개의 대학들이 재정적 위기에 의해 폐교가 되고 만다면.

이른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일류대학이 사라진다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학교직원이 몇 달치 월급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한다면? 아무리 현재 처한 대학의 상황이 최악의 위기라 해도 이렇게까지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들이 외부 환경변화의 여건 때문에 어느 한 날 도래되고 만다면, 그 거대한 물결은 거스를 수 없다.

기업이나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학도 미래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왜냐면 이러한 메가트렌드가 대학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그로 인한 대학구조개혁에 매몰돼, 세계 대학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거시 미래에 대한 대비에 소홀하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대구대학교 DU인재법학부 정극원 교수와 “대학의 재정위기 진단과 대응방안 및 대학운영의 총체를 이루는 총장의 덕목”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대학현실의 경종을 울리고, 대구대학교의 미래에 대비하는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구대학교는 이영식 목사가 1946년 대구맹아학교를 세운 것이 시발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56년 5월 1일, 대구맹아학교를 발전시켜 대구 대명동에 한국사회사업학교를 세우게 되는데, 이 한국사회사업학교가 오늘날의 대구대학교의 모태가 된다.

그 후 1961년 2월 4일 한국사회사업대학(韓國社會事業大學)으로 승격하고,

1979년 12월 13일 한사대학(韓社大學)으로 개칭하였으며, 1981년 7월 31일 종합대학 승격 인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20일 대구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하면서 6개 단과대(인문, 법정, 경상, 사회과학, 이공계, 사범)를 신설하는 등 그 후 정보통신, 평생교육, 산학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구대학교는 13개 단과대학과 3개 독립학부, 일반 대학원 및 6개 특수대학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20,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 정교수께서는 대구대학교 총장 후보자로서의 포부가 있을 텐데요.

“기본적으로 대구대학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학문 후속 세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학문 후속 세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자 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구대로서 가장 중요한 과업은 학부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현장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대학교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건전한 재정력의 확보입니다.

또 대학의 경영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총장으로서의 덕목은 자기가 속한 대학 공동체의 운명에도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이러한 역할의 비결은 긍정적·적극적 사고방식에 있는 것이죠. 총장은 그 대학의 생존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파도가 잔잔할 때에는 훌륭하지 않은 선장으로도 항해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험한 파도가 밀려올 때에는

훌륭한 선장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위기의 대학을 구하는 그와 같은 선장의 역할을 다하는 총장이 되어야 합니다. 재정위기 극복에 있어서 총장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위에 갖추어야 할 총장의 덕목으로서는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의 첫째 조건은 잘 살피는 것입니다. 즉 명찰(明察)의 덕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둘째는 경청입니다. 잘 들어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셋째, 결정입니다. 살피고 들은 후에 냉철하게 결정하여 힘을 합하여 위기를 함께 슬기롭게 극복하여야 합니다.”

- 그러한 요인들의 금번 대구대학교 총장으로 출마하게 되는 배경인가?

“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총장출마와 관련, 저의 간략한 소견을 덧붙인다면,

저는 나름 이 시대가 요구하는 총장의 덕목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한국헌법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전국적인 인맥을 구축했고, 또한 대구경북의 토박이로서 저의 모교인 대구대학교에 발전기금의 기부를 호소할 수 있는 가까운 인맥도 많이 있습니다. 대구대학교가 이러한 인맥관계를 잘 활용하게 된다면 당면한 재정위기의 극복에 있어서의 다른 대학에 비하여 훨씬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대구대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어떤 교육이어야 하는가.

“위로 올라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남이 심어놓은 나무의 열매를 나 혼자 먼저 따먹겠다는 것입니다.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축적해 놓은 열매를 독식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대구대학교가 지향할 교육의 가치는 열매를 따먹는 데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가 열릴 더 많은 나무를 심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는 우리의 후대들이 풍성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고방식,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교과과정을 아무리 개선해도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정말 교육에 대한 인식의 일대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현재의 대구대학교 시스템에서 가능하겠는가?

“사실 저는 대구대학교만의 교육관을 해결할 정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총장이 된 후에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개략적으로라도 피력할 수 있지 않겠나 ?

“우리는 혁신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혁신은 현실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지, 거기에 맞추자는 것이 아닙니다.

2018년의 현실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할 때 맞게 될 미래의 현실에 맞게끔 현재를 혁신하는 것이 교육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실에 교육을 맞추면 다 망가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현재가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의 현실에 맞추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구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한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그들의 미래를 활짝 열어줘야 합니다.

- 정교수께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실천되는 전제도 대학의 재정이 견고해야 할 텐데, 입학자원의 급감이 대구대학교의 위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 통계에 따르면 2021년이면 고교졸업자의 숫자보다 대학의 입학정원의 수가 더 많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에 수도권의 대학보다는 지방의 대학들이 먼저 위기를 맞게 됩니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방 사립대학의 위기가 현실이 되었군요.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두 축은 국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입니다. 교육에 관한 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데, 실제에는 전국의 사립대학이 국립대학보다 더 큰 비중의 역할을 담당하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전국적인 입학자원의 감소의 직격탄은 지방의 사립대학들이 맞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방의 사립대학은 죽느냐 또는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어서 대구대학교의 실정도 다른 사립대학들의 여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에 따른 타개 방안이 시급하지 않습니까?

“ 중장기적으로 2023년부터는 다시 입학자원이 조금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 사이에 전국의 각 대학들은 구조조정 등의 자구노력을 할 것입니다.

대학들이 스스로 몸집 줄이기를 한 결과에다가 입학자원이 다소 늘어나게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동시에 대학 진학률도 같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러한 현실과 도래되는 문제들에 대해 방관만 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 네 기자님의 질문에 동의합니다. 우선 입학자원의 급감은 지방의 사립대학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고교졸업생들의 선호도의 면에서 보면 공통점의 하나는 대부분이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기에 일시적인 현상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고교졸업생들이 기회만 된다면 지방의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는 서울의 대학에 진학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수도권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대학들에 중도탈락률이 높은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가지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학의 규모를 슬림화하거나 둘째, 외부로부터의 발전기금을 조성하여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의 방법은 구조조정의 방법인데, 구성원의 저항으로 인하여 그 실현에 있어서 큰 진통이 따르게 됩니다. 또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함께 일한 구성원 중에 누구는 직장을 유지하고 누구는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은 조직을 황폐화하게 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 구조조정은 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둘째의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이는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의 리더십에 의존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또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둘째의 방법이어야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갈 수 있게 됩니다.

- 정교수께서 위기국면을 맞은 대학실정을 잘 알고 있는 터에 총장 출마를 결심했다는 것은 그러한 리더쉽을 갖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과거의 총장은 명예와 권위만 누린 면이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경제성장과 더불어 대학이 팽창하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총장은 학교 내에서의 능력만 갖추면 되었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위기의 시기에는 총장의 역할은 전혀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인적 구성면에서 보면 전국의 어느 대학이라 하더라도 능력이 훌륭한 교수와 행정직원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선진국과 비교하여서도 최고의 인재집단인 것입니다.

위기의 대학에는 이러한 인적 구성만 가지고서는 재정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재정위기의 극복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그에 맞는 실무형 능력을 갖춘 총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총장이 갖추어야 할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외부로부터의 발전기금 조성 능력입니다. 총장의 덕목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 시기에 총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발전기금의 조성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게 저에 대한 저변의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외부 발전기금의 조성에 대한 부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쉽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금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장애요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공교롭게도 대학의 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이 한꺼번에 온 것입니다. 때문에 대학 발전기금의 조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의 발전기금의 조성은 대구대학교 동문들의 결집과 능력에 직결되는 것입니다. 대학이 많은 동문을 배출하였다면, 발전기금 조성의 가능성을 그 만큼이나 더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대구대학교 동문들만 발전기금 조성에 참여하게 되면 재정위기의 극복에 일시적인 도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요구되는 것이 총장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경영내실화로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발전기금 조성을 위한 열과 성을 다하는 자세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그런 전향적 자세를 갖춘 총장이 현 대구대학교의, 현실적 시대적 요구가 된 것이고, 제가 바로 여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생각입니다.”

- 대학 총장에게 경영적 차원의 마인드를 더 강조하게 되는 현실이 현 대학 문화의 한 단면 일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대학이 살아 생존해야 된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 대학은 학문과 연구를 통하여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 갈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곳이라는 점을 백번 강조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대학이 존재하여야 가능한 것이지, 대학이 재정위기에 빠진다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따라서 대학의 총장은 발전기금 조성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문과 연구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로부터의 발전기금의 조성에 전력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야만 합니다. 그런 능력은 열과 성의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충분한 인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것을 실천할 강한 의지가 있어야만 합니다. 총장의 체면도 대학의 자존심도 다 내려놓고서 뛰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의 총장이 학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대학다울 때 그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어떤 것이 요구되나요?

“다윈의 “종의 기원”에는 ‘지구상에 여러 종족 중에 살아남는 종족은 유전가가 뛰어난 종족보다는 서로 협력을 잘 하는 종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원리는 대학의 위기극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겠습니다. 구성원의 협력을 잘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면 당면한 위기의 극복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실패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은 이겨내기 위하여 창조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대담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대학교가 교수님의 신념, 그리고 의지와 맞물려 동행하는 가운데 성장, 발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교수님의 대구대학교 총장 출마가 단순히 권위와 야욕의 성취를 위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꼭 당선되시길 바랍니다.

대학 총장은 대학 사회의 믿음 그자체가 될 정도로 듬직스러워야 한다. 대학 구성원들에게 한없는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바람직한 총장의 자질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제시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총장들의 역량 평가 중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한 가지 부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총장의 통계력 마인드 부문이었다. 구슬을 세말씩 나열해 놓을 줄은 알았지만, 그것을 하나로 꿰어 보배로 만들어 놓는 데는 거의가 실패했다. 그런 사람을 총장으로 뽑았던 대학들의 대부분이 경쟁력 없는 대학들로 뒤쳐져 왔다는 뼈아픈 과거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극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본성을 유지하면서도 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가장 큰 가치라는 생각을 갖고 항상 배려와 겸허의 교육관을 발휘해왔다.

성공의 정의를 “남을 도와줄 위치에 있고,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대구대학교 법대출신으로 독일 콘스탄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헌법학회 제22대 회장도 역임했다. 당시 대구대학교로서는 개교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헌법학회의 회장을 배출한 영예를 지닌 것이었다.

또 유럽헌법과 법제도를 연구하는 유럽헌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는 이력은 대구대학교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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