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촉박한 공사기간이 큰 영향을 미친다. 공공건설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중대 사고는 계약 기간에 쫓겨 무리하게 공사를 서두르느라 안전규정을 무시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적정 공기를 산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연말까지 ‘공공건설공사 표준공사기간 산정기준’을 마련, 적정 공기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ㆍ근로시간 단축 등을 기준에 반영하고 이를 민간공사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적정 공사기간 확보는 건설현장의 안전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업계에서 줄곧 제기한 적정 공기에 대한 필요성을 국토부가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기준 개선은 공기에 쫓겨 이른바 ‘돌관공사’를 하면서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중대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공기를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예정공기 자체가 잘못된 경우를 들 수 있다. 발주자가 도로나 철도 등의 조기 개통을 목적으로 준공일을 앞당겨 지정하는 전시행정이 대표적이다. 또 주 6일로 공기를 짜는 등 발주기관의 공기 산정기준이 부적합한 경우도 한몫한다. 공기가 적정하게 책정됐어도 공사를 진행하다보면 공사기간이 부족하게 되는 사유가 많이 발생한다. 토지보상 등이 안 돼 있는 게 대표적이다. 토지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착공을 강요하면 적정 공기가 확보되지 못해 안전사고나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 있다.

공기로 인한 발주처와 시공사 간 분쟁이 빈발했지만 정부 차원의 적정 공기 산정을 위한 기준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기준개선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건설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적정 공기 산정에 있어 동절기나 장마철 공사중단 등과 함께 미세먼지에 따른 공사중단도 고려해야 한다. 토지보상이 안 된 현장은 이에 소요되는 기간을 공기 산정 때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발주기관별 또는 공사유형별 특성에 맞는 표준공기 산정식을 제ㆍ개정해 활용토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투입 인력, 자재, 공사비를 기초로 합리적인 공기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윽박지르듯이 ‘하면 된다’를 강조하다보면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돌관공사가 불가피해진다. 결국 그런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