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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로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한 달 사이 금감원장 두 명이 낙마한데다 모두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17일 김 전 원장 낙마 사태와 관련 말을 아끼면서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차기 금감원장이 누가 될지에 온 신경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벌써 하마평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민관 출신이 고루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 적폐 청산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차기 원장에도 개혁 성향의 민간 출신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차기 금감원장 인선을 놓고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더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대야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금융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성향이 강한 외부 인사 영입이 불가피 하지만 일부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다시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가 됐다. 삼성증권 사태 등 현안이 산더미 같지만 또 한 번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후보 검증에만 3~4주가 소요됨에 따라 차기 금감원장 선임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김 원장이 내정됐을 때는 최 전 원장 사의 표명 후 18일만으로 금감원 수장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은 '깜짝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후임 금감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관료 출신으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있다.

대부분 전부터 꾸준히 금감원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던 사람들로 '무난한 인사'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반면 '금융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민간 출신으로는 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금융권 저승사자' 평을 들었던 김 원장보다 '더 센' 사람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금감원장 관련 공식 입장문을 통해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예 유 수석부원장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고 금감원장 인선을 늦게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사를 단행하면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김기식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과 대통령께 송구하다”면서도 "선관위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그동안의 상황과 배경에 대해서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원장은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 해석상 문제가 있으면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뒤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며 "이 사안이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전 원장은 "앞으로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며 "비록 부족해 사임하지만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도처럼,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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