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에 '보유세 한파'가 거세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보유세 개편 통한 세율을 인상해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에 '보유세 한파'가 거세다.

이달부터 양도세 중과 조치가 발효한 가운데 보유세 개편 논의까지 본궤도에 진입하자 아파트 거래건수가 급감했다. 보유 매물을 내놓자니 양도세가 부담스럽고, 버티자니 보유세가 눈에 밟히는 다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이달 들어 2939건을 기록 중이다. 4월도 이날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거래건수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거래가 활발하던 지난달 총 거래건수(1만3935건)의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주도해온 강남4구도 양도세, 보유세 한파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서초구(76건)가 강남4구 가운데 거래가 가장 부진했다. 서초구는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역주행했다.

강남(88건)과 강동(124건), 송파(136건) 등 매매가 상승을 주도해온 자치구들도 이달 들어 거래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거래부진은 강북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종로구(27건), 용산구(43건), 광진구(51건), 중구(53건), 구로구(64건), 영등포구(127건), 양천구(128건) 등이 이달 들어 거래가 급락했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노원구(267건)와 성북구(267건)도 3월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래 절벽이 4월 들어 심화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세 중과조치가 이달부터 발효되고, 보유세 개편 문제를 논의할 재정개혁특위까지 출범하면서 다주택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보유 물량의 일부를 털어버리자니 양도세 부담이 크고, 버티자니 보유세가 눈에 밟히는 형국이다.

매수 희망자들은 보유세 개편의 향방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대거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기다리면서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이 보유세 정보전을 펼치면서 거래 부진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과세 대상에 ▲1가구 1주택자도 포함할지▲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얼마나 올릴지 등에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유세율을 국내총생산(GDP)의 0.8%수준에서 1%로 인상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보유세를 0.2%포인트 더 올리면 추가 세수는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추정한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보유세 인상 방안이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면서 "일시적인 가격 하락으로 끝날지 장기 침체로 이어질지는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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