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취재본부장 조대형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6일 오후 2시10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삼성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처음으로 생중계되는 1심 재판 선고에 박 전 대통령은 건강 등을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그 주문과 양형 이유에서,“피고인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국민 행복, 복리 증진을 위해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한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서 기업들의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서원이 설립 운영을 주도하거나 친분 있는 회사에 대해 광고 발주, 금전 지원, 납품 계약 및 에이전트 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고, 최서원의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요구해서 기업들에게 이를 이행하도록 강요했다.

사기업의 경영진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 남용해서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전제한 뒤, “박근혜 피고인 판결 선고한다.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 권력자 개인의 비극이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권력 심장부의 그릇됨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된다는 점에서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공소제기와 30년의 구형, 여기에 기반한 재판부의 선고에 대하여 정치적인 긍.부정, 또는 올바름과 그릇됨이 양존하여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그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든 아니든 간에, 감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어느 정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혐의에서도 무죄라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현 단계에서 그녀가 원심 선고를 받았지만, 범죄의 최종 판단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점, 그리고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원심은 그녀에게 유죄를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치'의 개념이 '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권력이 국민에 대해서 법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라는 식의 해석을 나은 것이 사실이다.

유신체제하에 도입된 헌법 66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조국통일의 신성한 의무를 진다'는 말이 '통치권'이라는 잘못된 허위의식을 낳았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가 마치 대통령에 봉사하는 기관으로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한을 잘못 행사해 왔던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대통령제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 국민과 대통령이 직접 소통한다는 부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유리된 상태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패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대통령을 견제할 시스템이 헌법상으로는 보장이 되어 있지만, 그 동안 정치 관행이 헌법의 규정과는 관계없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해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왔던 잘못된 면이 있다.

따라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되고 법원이 대통령을 견제해야 되는데, 국회는 대통령의 시녀가 되고 법원은 대통령이 하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 오불관언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합법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법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그런 보조자의 역할에 국한되어 왔던 게 문제라고 봐야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법치라는 개념은 잘못 이용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사실 법치라는 것은 국민이 국가 권력을 향해서 요구하는 것이다.

"당신들의 권력을 법률에 따라서 제대로 수행해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법치라는 말을 대통령이, 국가 권력이 국민에 대해서 "법을 지켜라."라고 하는 개념으로 거꾸로 이용한 경우들이 많다.

여러 가지 요인들 중의 하나가 뭐냐 하면, 통치 행위라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고도의 정치적인 결단, 대통령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는 경우에는 법의 통제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하는 잘못된 허위의식이 통용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전대통형의 현재를 반면교사 하여, 문재인 현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이런 일그러진 사회 정의를 바로 잡는 것, 거기에 그 상당히 많은 역량들을 투여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자기 정파에 둘러싸여서 폐쇄된, 소위 박근혜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이나 최순실에게만 의존하고 장관이나 수석들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았던 폐쇄적 국정운영에 탈피,  이념이나 패거리로부터 열린 그런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자기와 가까운 진영의 논리에 빠지고, 자기 패거리에 둘러 싸여있고, 남과 대립하고 계속 이런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다시는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그 날이 교도소로 가는, 즉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회자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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