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국장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이른바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교통사고가 늘면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모습은 일상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몸비가 보행자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신학기를 맞은 요즘 초등학교 등하굣길은 스몸비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입학·개학에 맞춰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한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른들이 주의를 당부해도 스마트폰에 집중된 어린이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각종 연구를 보면 스몸비의 교통사고 위험성은 심각할 정도이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건너다 보면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지난 2016년 8~9월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중독군의 교통사고 경험률은 2.7%로 정상군(0.8%)보다 3.4배가량 높았다.

이같은 스몸비의 교통사고 위험성으로 인해 경찰과 지자체들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기존의 신호등으로는 스마트폰에 빠진 보행자의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바닥 신호등’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달 말부터 수원시와 양주시, 대구시 등 세 지역에 이 신호등을 동시에 작동시켜 신호준수 효과를 분석하기로 했다.

또한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보행 중 스마트폰 자제 내용을 담은 조례를 준비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횡단보도 보행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례를 공포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한편 횡단보도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스몸비들의 교통사고를 얼마나 줄여 줄지는 미지수다. 바닥 신호등 설치 등 보행환경 개선을 통해 일정부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각에서는 스몸비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사회적인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방안은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고려해볼 일이다.

따라서 보행환경개선과 계도 방법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바닥 신호등과 경고 표지판은 물론이고 횡단보도에 경고방송까지 확대하고, 기술적으로 일정 구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경고음을 울리는 등 다각적인 방안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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