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국장

정부가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 내 지정지역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기로 하고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유명산의 대피소, 탐방로, 산 정상부 등 지정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1차 위반 시 5만 원,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하게 된 것은 음주산행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등산객들 중에는 산행을 하면서 술을 한두 잔 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유명산에서는 등산로에 술을 파는 노점상까지 있을 정도이고, 등산객들 사이에서 일명 정상주, 하산주라고 하여 주말 산행의 문화처럼 돼 있다.

이 때문에 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음주산행으로 인한 사고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4건으로 전체 안전사고(1328건) 중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사망사고는 10건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약 11%를 차지해 음주산행사고의 위험성이 더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음주산행을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대해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상당수의 등산객들은 이런 조치에 불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단속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등정 후 막걸리 등을 한두 잔 정도 마시는 것은 안전에도 큰 문제가 없고 피로해소에 도움이 되는데 일괄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음주 금지로 지정한 국립공원 22곳과 도립공원 29곳, 군립공원 27곳 등에 대해서만 단속을 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주단속이 본격 시행되면 음주단속을 피해 금지지역인 국립공원 등을 피해 다른 산으로 산행을 변경하는 풍선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단속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의 국립공원의 육지면적은 3972㎢에 달하고 연간 탐방객 수만 해도 약 4500만 명에 달하는데 단속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규제로 인해 숨어서 음주하는 경향을 불러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안 되고 사고 위험을 더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음주산행 단속에 대한 보다 면밀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한 잔만 마셔도 무조건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음주 기준을 마련해 단속의 혼란을 줄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고 홍보를 적극화해야 한다. 단순히 음주단속에 치중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인식변화를 위한 사전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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