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사진=뉴시스)

(김정하 기자) 동성 동료 영화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이현주(37) 영화감독의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A씨와 책임 교수 B씨는 이 감독의 성폭행과 피해자의 고소 사실을 알고도 상급 기관인 영진위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지 않고, 수차례 고소 취하를 강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B씨는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A씨는 B씨의 독단적 사건 처리를 묵인하고, 가해자의 졸업 영화를 아카데미 차원에서 지원·홍보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했다.

아카데미 행정직 직원들도 이번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 선임 직원은 원장 요구에 동조해 사건을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또 다른 직원은 가해자에게 법원에 제출될 사실 확인서를 상부 결재 없이 작성해주고 사후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에 영진위는 조사 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쳤고, 규정에 따라 은폐 관련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 내부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감독은 성폭력 사건은 지난달 피해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내용을 폭로하면서 공개됐다. 이 감독은 앞서 1월 준유사강간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이 감독은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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