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온다
봄 온다
  • 서울일보 news@seoulilbo.com
  • 승인 2018.03.11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가있는 아침]

림삼 시

봄 온다

재 너머 고래실논 물꼬 트다가

꽃다지 첫 열매 슬며시 볼 부비며

 

묏골 따라 들언덕 따라

봄 온다, 봄이 온다

발걸음도 가벼웁게,

 

성큼성큼 다가와 손 내민다

 

표정이사 수줍어도 발걸음 거침없이

이 길로, 저 길로,

보이지 않는 뒷길로도

곳곳 제 발자국 남기며

봄 걸어온다

 

꽃소식 불러모을 구불구불 다랑이

지름길 내고

하늘아래 온 동리 알록달록 햇살누리

영토 삼더니

어느새 지척,

 

노란 창포 새치름 고개 돌린 채

도란도란 얘기 걸어 곁을 훔치며

 

갯가 따라 밭이랑 따라

봄 온다, 봄은 온다

발놀림도 경쾌하게,

 

사뿐사뿐 나아가 손 잡는다

 

시의 창

봄!

봄 하면 떠오르는 수 많은 단어 중에서 단연코 말하건대 ‘평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초록빛 새 생명이 힘차게 움터오르는 넓은 들판을 상상하면서 아지랑이 피어나는 초원의 정경을 그리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단번에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마음에 잠겨들기가 그리 힘들지 않은 것이 바로 이 계절 봄에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이다.

이 ‘평화’라는 것을 설명하자면 질적인 차원에서 세 가지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상대적인 평화이다.

다른 말로 종속적인 평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평화로우면 나도 평화로운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이 기쁘면 나도 덩달아 기쁘고 다른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괜히 행복하듯이.

이는 시장경제가 좀 나아지면 증권시장의 주식값이 오르게 되고 주식값의 오르내림에 따라 주식을 산 사람들의 낯빛이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다.

이와 같이 형편에 따라 종속적으로 끌려다니는 상대적인 평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절대적인 평화가 있다.

스스로의 억압과 굴레에서 벗어나 완전 자유로움을 느끼는 상태에서의 평화가 바로 그것인데 감격과 감동을 수반하는 마음의 현상이기 때문에 이것은 절대적 평화이다.

누구라도, 어떤 환경도 이 평화를 저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치 이 상황에서의 표정은 가장 아름답고 온화한 모습으로 남에게 비춰지게 된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인데 바로 창조적 평화이다.

내 마음이 평화로워야 남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편해야 남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에 바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창조적 평화가 필요하다.

소금은 다른 물질에 들어가면 자신은 녹아 없어지지만 그 본질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자기 형체는 비록 녹아지지만 다른 물질을 짜게 만들어 자기의 본질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소금의 역할을 돌이켜 생각해보자.

게다가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데 가령 배추나 무에 소금을 치면 뻣뻣한 채소들이 이내 부드러워지는 것 처럼 우리에게도 이런 일석이조의 분위기를 창조해낼 수 있는 평화의 마음이 진정 필요한 게 오늘날의 현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보여진 우리의 삶의 모양은, 행태는, 스타일은 과연 어떠했는가 이 시점에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평화스러운 관계를 구하기 위한다면 우리는 서로서로가 남남이라는 확실한 구분을 짓기 보다는 한 울타리 안에서 심정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나가 된다면 더없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지기를 바라기는 하는데 실상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한 결과에 급급해서 판단하고 비판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그 원인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하나 됩시다,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맙시다 ’ 이런 공염불같은 선동적인 소리는 말로는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하나 되자는 목표, 그것만 가지고 하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되는 길이라 할 수 있을까 ?

먼저 하나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나가 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자기 자랑 때문에 하나가 되지 못한다.

겉으로 표현을 하든 속으로 감추고 있든, 자기 만족에만 도취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불어 창조적인 평화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자기 자랑은 곧 자가 당착이며 교만의 극치로 치닫게 된다.

교만이 극에 달할 때면 스스로 세상 최고가 된다.

그 세상 최고의 순간에 분열이 싹트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사귈 때에 자꾸 자기만 잘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한테는 왠지 마음이 가지 않고 피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직 겸손과 양보만이 하나가 되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자기 우월감 때문에 하나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특권 의식이요, 쉬운 말로 자기만 잘났다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특별한 사람이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 특별한 생활을 통하여 특별한 삶으로 거듭난 특별한 사람들이 어쩌다가 생겨날 따름이다.

그러므로 서로가 자기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한 사사건건 시기하고 다투고 싸울 수 밖에 없지만 겸손과 양보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낫게 여기며 머리를 먼저 숙이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면 둘이 모여도 하나요, 열이든 백이든 심지어 만 명이 모여도 하나가 되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셋째, 자기 집착 때문에 하나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자기 주관이라는 탈속에 갇혀있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의 일도 물론 성실하게 임해야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의 처지도 좀 생각하고 헤아려보자는 것을 뜻한다.

자기가 아는 것만이 전부이고 오직 유일한 진리의 결론이라고 고집부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이 되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고 할 때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고 나아가서 평화를 창조해내는 선도적 역할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기꺼이 기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나서는 것이 바로 최고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런 삶의 능동적 스타일이 오늘처럼 이렇게 다변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범답안이라고 여기며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평화를 지켜내는 평화지킴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진솔하고 아름다운 평화의 마음을 올바르게 깨닫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로 평화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면 되는 것이다.

이름 없는 들꽃을 피우는 하늘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딱정벌레를 키우는 숲처럼 그렇게 언제나 그윽한 마음, 엉겅퀴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키우는 그렇게 여유 있고 넉넉한 숲의 마음, 그 숲을 키우는 하늘처럼 그렇게 영원토록 변함없이 높은 마음, 해초에게 춤을 가르치는 바다처럼 그렇게 기쁜 마음을 갖고 즐겁게 살면 되는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새 봄을 맞이하며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두 손 모아 간구해야 한다.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에 비로소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임을 진솔하게 깨달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사람스러운 사람으로 이 봄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늘도 우리, 평화의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