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뉴시스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관세 부과 계획에 대규모 보복관세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그 대상으로 선정된 리바이스·할리데이비슨·버번위스키 세 가지 품목에 정치적·경제적 메시지가 함께 담긴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한다면 EU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와 켄터키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산 제품에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U는 7일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세가지 제품은 '미국적인 것(Americana)'을 대표하는 상품이며 유력 정치인들의 지역구와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할리 데이비드슨은 미국 공화당 서열 1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에서 1903년 설립됐다. 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의원의 지역구 켄터키는 버번위스키가 탄생한 곳이다.

익명을 요청한 EU 관계자는 WP에 "단순한 예시"라면서 "더 많은 제품이 향후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와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에 정치적 목적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학자 안드레 사피르는 "EU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과 지역구를 공격하는 것은 (그 여파로)미국 정부의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기를 의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 2016년 유럽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왕성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과 지난해 유럽 판매고의 20% 증대를 달성한 리바이스 등 이들 기업의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를 고려할 때 미국과의 본격적인 무역 전쟁에도 EU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피르는 2002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가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려고 했던 상황의 재

 

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EU의 보복관세 명단에는 할리데이비슨과 함께 플로리다주(州)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와 과일 등이 포함됐다.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가 당시 주지사로 있던 지역이다.

 로마노 프로디 당시 EU 집행위원장은 미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자신에게 다가와 "왜 내 가족을 공격하느냐"고 했던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결국 2003년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했다.

 사피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똑같은 행동을 할 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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