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럽산 자동차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유럽과의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뉴시스

 

(송승화 기자)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을 부과하면서 전 세계에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럽산 자동차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만약 유럽연합(EU)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 이미 부과하고 있는 엄청난 관세와 장벽을 더 높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미국에 자유롭게 쏟아내고 있는 그들(유럽)의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미국) 자동차를 팔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 정부의 관세부과에 대응해 보복하겠다면서, 미국산 철강을 비롯한 공업제품, 농산물은 물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제품 등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EU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제한 조치가 발동하면 EU 측도 맞불 조치로서 28억 유로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수입 관세를 매기는 보복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되는 유럽산 자동차는 2016년 기준으로 120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미국은 연간 8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우리의 멍청한 무역 협상과 정책 때문이다. 우리의 일자리와 부가 수년간 우리를 이용해오고 있는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 지도자들이 해온 바보같은 짓을 비웃고 있다. 더이상은 안된다!"라고 올리기도 했다.

한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무식한 무역 매파(ignorant trade hawk)"로 지적하면서,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무역전쟁의 거시경제학'에서 수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15%를 차지하는 반면 무역적자는 약 3%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적자를 막겠다고 하지만, 외국의 보복조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트럼프가 상상하는 식으로는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GDP 3%에 해당하는 수입제품에 대한 수요를 국내산으로 돌린다고 해도 미국의 생산량이 3%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며, 그 이유는 미국이 현재 완전고용상태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생산량이 GDP 3% 만큼 늘어나려면 실업률이 3배 줄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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