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기자) 산업은행과 제네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합의한 가운데 23일 열리는 한국지엠 이사회가 지엠사태 해결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본사 차입금 만기 연장을 이유로 부평공장 담보제공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리 앵글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을 찾아 이동걸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산은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여 한국지엠 실사를 실시키로 했다.
산은의 실사 조건은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 산정 내역, GM본사 차입금 고금리 부과 등 논란이 돼왔던 부분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산은과 GM은 실사를 담당할 외부 기관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실사 목록과 세부사항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께 실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GM의 실사합의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상당히 좋은 신호"라며 "어떠한 지원이 있더라도 정확한 실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M은 "이달 말까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며 정부와 산은,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GM이 통상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글로벌 공장의 생산량과 차종을 결정하는 만큼 정부 역시 그 전에 GM측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속도감 있는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GM은 지난 20일 국회 방문에서 한국지엠에 빌려준 본사 차입금 27억달러를 출자전환, 한국지엠 자본을 확충하고, 고금리 논란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경영비밀'이라는 이유로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은의 정보공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GM이 실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공개를 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달 말 도래하는 GM 차입금에 대해 공장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GM이 '먹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GM이 한국지엠에 빌려줘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5억8000만 달러의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한국지엠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부평공장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다.
담보권 설정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지분 85%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산은 지분은 17%로, 산은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부결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산은은 GM본사가 한국지엠을 살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담보 제공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1일 실시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타당한 정상화 계획을 제시할 때만 가능하다'고 응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외국계 기업에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원 반대 의견'도 29.8%였고, 대규모 실업 방지를 위해 조건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6.4%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