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류순자
지혜로운 이들이 많은 이 땅에서
가슴에 일던 물결 잘린다
순간 눈을 부릅뜨고
또 다른 내가 되어
야윈 몸 시간의 벌판에서
기품있게 옷깃을 꼭꼭 여민다
깊숙이 자리한 이 황홀한 아픔
한시름 놓은 듯
몰아치는 눈보라에 멈춰서서 합장했다
그 많던 꿈들이 저마다 하나씩
슬픔의 고리 속에 결박되었다
바람은 자꾸만 밀려와
꿈의 가지는 슬픔이 가득하다
이 꼿꼿한 그리움의 행방을 확신하는 만큼
혹독한 바람에도 푸른 눈을 뜨고 있다
내 사는 세상 아직 남은 한을 내뿜는
자욱하게 일어나는 안개가
나를 흔든다.
약력
- 1995년 문예한국 시 등단
- 한국문인협회문인탄생백주년기념위원회
- 문학신문문인회 부회장
- 세계환경문학협회 상임고문
- 한글문학상 대상 / 세종문학상 대상 / 세계환경문학상 대상
- 저서: 산을 보다가 길을 잃었다. / 봄이 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