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국장

올해도 각 입시학원들은 경쟁적으로 수도권 명문대 합격 사실을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내걸었다.

자신의 학원에서 명문대를 합격시켰다고 하는 사실을 대학과 함께 학생들의 이름까지 멀리서도 보일정도로 대문짝만하게 걸어 놨다. 각 사설학원들이 실적을 홍보하고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건 현수막들이다.

이런 입시실적 현수막은 선행교육 광고와 함께 학생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비교육적인 것들은 ‘나쁜 광고’로 원칙적으로 밖에 내걸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교육기본법에는 ‘학생의 정보는 교육적 목적으로 수집처리이용 및 관리되어야 하고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 및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현수막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이미 상급학교 입시실적 현수막 게시 자제 지침을 학원별로 안내했고, 사설학원의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관행을 지도·감독해줄 것을 요청하는 인권위의 결정문 등이 발표되기도 했다.

올해도 교육부 등 9개 유관기관이 오는 11월까지 합동지도점검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한 실적은 전국적으로 63개 학원에 72건의 위반사항이 고작이다.

전체 8만 2806개 학원 중 0.07%에 불과하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시민들과 자체 점검한 450여 개 학원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은 것이다.

교육당국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 해당기관들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학원들의 ‘나쁜 광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법적으로 ‘나쁜 광고’에 대한 처벌조항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현행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허위 과대광고를 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구체적인 처벌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게다가 당국이 점검에 나섰다고 하면 철거하는 시늉만 하거나 학생 이름의 일부를 가리는 식의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설학원들의 명문대 합격 실적을 광고하는 행위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한편 학원은 물론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학원들의 ‘나쁜 광고’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규정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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