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국장

조조(曹操)의 용인술(用人術)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했다 (2)

당신의 단점을 간파하고 지적해 주는 이가 당신에게 진정 필요한 인재다. 그런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으며, 인재를 바르게 쓰는 자가 성공한다.

조조의 ‘단가행(短歌行)’은 인재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읊은 시다.

조조는 이 시에서 나라에 큰 공로를 세우지도 못했는데 세월은 쉬이 감을 한탄하고, 인재를 구할 수만 있다면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안타까워한다. 이 시 가운데 “청청자금(靑靑子衿)”과 “유유녹명(呦呦鹿鳴)”이란 시구가 그의 마음을 표현한다. ‘청청’이란 말은 『시경』「정풍(鄭風⋅자금(子衿)에 나오는 구절인데, 자금(子衿)의 ‘자(子)’는 시에서 여자가 그리워하는 연인을 부르는 말로 지금의 ‘그대’라는 말이다. ‘금(衿)’은 옷깃이다. 따라서 “청청자금(靑靑子衿)”이란 ‘파란 옷깃의 그대’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인재’를 나타낸다.

‘유유(呦呦)'라는 말은 『시경』「소아(小雅)⋅녹명(鹿鳴」에 나오는 구절로, “꾸룩꾸룩”하는 사슴의 울음소리를 형상화한 의성어이다. 녹명(鹿鳴)이란 ’사슴이 울다‘란 뜻이다. 여기서는 조조 자신이 사슴처럼 ’들판의 맛있는 풀을 함께 뜯자‘고 인재들을 부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서 그는 “내게 좋은 손님이 있다면, 거문고 타고 생황을 불어주리라. 그대는 맑고 밝은 저 달 같으니, 언제나 딸 수 있으리?” 라며 인재를 그리는 심정을 표현했다.

조조는 실제로 늘 온 정성을 다하여 유명한 인재를 구했다.

원소와 결전을 벌이기 전, 그는 묘당(廟堂)에 가서 고승을 찾아뵙고, 중원에 어느 현인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나이 많은 중은 천기를 누설할 수 없어서 그에게 비단 주머니를 하나 주고 말했다.

“중원에 들어간 뒤에 만약 어떤 사람이 나타나 감히 이름을 내걸고 당신을 욕하거든, 이 비단 주머니를 보시오. 그러면 알 것이오.”

조조는 비단 주머니를 몰래 간직하고는 대군을 이끌고 기세가 등등하게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서는 곳마다 개나 닭도 남지 않았고, 길은 끊겨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허창에 들어서자 이곳이 용이 숨고 범이 누운 명당임을 발견하고는, 군영을 정돈하고 영채를 펼치라고 3군에 명령했다. 군막은 북문(北門) 안의 경복전(景福殿) 사당 안에 설치했다. 조조의 아우 조인은 근위병을 이끌고 다니며 여기저기서 민간에 피해를 끼쳐 백성을 불안케 했다. 사흘 뒤 성문 네 곳 위에 격문이 붙었다. “조조가 허창에 이르자 백성이 재앙을 맞았구나. 만약 안녕을 버리고 일을 처리한다면 한나라 왕조는 나라를 평안히 하기 어렵겠구나.”라는 글 아래에는 “허창순욱”이란 네 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조조는 이 사건을 보고받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순욱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문득 고승이 준 비단 주머니가 떠올랐다. 서둘러 주머니를 열어보니, 종이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입을 여니 한낮이더니, 해가 떨어지자 납작 달이 떠오른다.

열흘에 머리에 풀이 자라고, 혹(或)자에 옆구리를 세 번 치네.

재주는 옛날 자아(子牙)를 넘어서고, 계략은 자방(子房)과 비슷하네.

(開口就晌午, 日落扁月上. 十天頭長草, 或字三撇旁. 才過昔子牙, 謀深似子房.)“

이것은 수수께끼 시였다. 조조는 왼쪽으로도 보고, 오른쪽으로도 보았다. 하루 종일 이리 저리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내 그 비밀을 풀어냈다. “입을 여니 한낮이더니”에서, ‘입을 연다’는 것은 말씀 언(言) 자가 된다. 한낮(晌午)은 오(午)자 한 글자로 나타낼 수 있다. 언(言)과 오(午)를 붙이면 허(許)가 된다. “해가 떨어지자 납작 달이 떠오른다”에서, 해(日)가 위에 있고, 납작 달(月)이 아래에 있으면 창(昌) 자와 비슷하게 된다. “열흘에 머리에 풀이 자라고”에서 ‘열흘’은 순(旬)이고, 그 위에 풀초(艹) 자를 얹으면 순(荀) 자가 된다. 혹(或) 자에 옆구리를 세 번 치면 욱(彧) 자가 된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깨달음이 있었다. 조조는 매우 기뻤다.

“허(許) 창(昌) 순(荀) 욱(彧), 바로 그가 주 문왕을 도왔던 강태공(자아)과 한 고조를 도왔던 장량(자방)의 재주를 지닌 인물이로구나! 내 반드시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리라.”

순욱은 영천의 영음(潁陰) 땅 사람이다. 조정에 불만이 있어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조조가 지혜롭고도 용맹한 인물이며 또 인재를 중용한다는 말을 듣고, 조조에게 몸을 맡기려고 일찍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조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으므로 이와 같은 글을 써서 그의 반응을 살피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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