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국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5대 메이저병원이 보유한 250대의 인큐베이터 중 22%에 해당하는 56개가 제조 연·월을 알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큐베이터뿐만 아니라 호흡보조기, 내장기능대용기(인공심폐기, 혈액펌프) 등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기기들이 법적 미비로 인해 제조 연·월 및 내구연한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체에 장기간 삽입되는 의료기기 또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생명유지용 의료기기를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유지 기능을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관리는 법적 규정이 미비한 상태다. 인큐베이터는 물론 호흡보조기, 인공심폐기, 인공심장박동기, 혈액펌프 등이 법적 관리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각급 병원들은 이들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중점관리를 하고 있다. 서울지역 종합병원의 예를 들면 고위험장비와 저위험장비로 나눠 정기점검을 벌이고 있다. 병원인증기준을 받기 위한 관리를 포함해 각각의 사용부서와 의공실 등에서 1년에 2번 이상 정기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관리대상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인 만큼 병원별로 신경은 쓰고 관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법적인 규제가 없다보니 사고가 발생했을 시 책임 규명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신생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대목동병원 사고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인큐베이터 등 생명직결 의료기기 관리에 경종을 울려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의료진들의 과실 등 사고 원인은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기는 하지만 방치됐던 생명직결 의료기기의 보다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때 마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국민의당)이 지난 31일 생명과 직결된 ‘중점관리대상 의료기기’에 대해 정기적인 품질관리검사를 받도록 하는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고장이 발생했을 경우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료기기들이 제조 연·월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의 심각성을 고려해 법안을 발의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국회는 발의된 이 법률안이 하루빨리 심의를 거쳐 통과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고 정치적인 쟁점이 되지 않는 것인 만큼 조기에 법안이 마련돼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들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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