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국장

 정부는 지난 2013년 일반·휴게음식점, 이·미용실 등에 대한 옥외가격표시제를 의무화했다. 면적 150㎡(45평) 이상인 음식점과 66㎡(20평) 이상의 이·미용업소가 대상이다. 옥외가격표시제에 따라 대상 업소는 부가가치세, 봉사료 등을 포함한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실제 가격을 3~5개 이상 출입문 등 옥외에 표시해야 한다.

이런 옥외가격표시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가 업소 밖에서도 가격에 대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사전에 알고 정보를 파악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가격 정보를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업소에 들어갔다가 바가지 상술에 손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아직도 정착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옥외가격표시제를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 등에는 출입문과 창문, 외벽 등에 가격을 표시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업소는 별로 없다.

이같이 옥외가격표시제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영업자들의 이해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옥외가격표시제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도모하고 업소 간 건전한 가격경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기 못하는 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국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다. 옥외가격표시제를 도입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아직도 이를 모르는 상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도 소홀해 인천시의 경우 옥외가격표시제와 관련한 계도 점검과 교육은 매년 1~2회에 그치고 해당 제도의 불이행에 따른 행정조치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주들의 이해부족과 당국의 안일한 대응으로 좋은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옥외가격표시제는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가격을 모르고 업소에 들어갔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정보에 취약한 다문화가정, 노인, 장애인 등과 같은 소외계층은 이런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옥외가격표시제 정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업소를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계도기간을 거쳐 강력한 지도·점검일 펼쳐야 한다. 현재 옥외가격표시 의무를 위반한 업소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개선명령을 받게 되고 이 명령을 위반, 적발 시 50만~1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런 규정이 있음에도 방치해 옥외가격표시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보다 세심한 행정지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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