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화 기자) “사람들은 달리는 마차(급등하는 주식)에 타서 절벽(가장 높은 가격)에 도달하기 전에 뛰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마차와 함께 절벽에서 떨어진다.” 

본업인 의사보다 투식투자 분석가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말이다. 그의 이 말은 인간의 투자심리를 꿰뚫어 보는 통찰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라는 달리는 ‘마차’와 함께 ‘절벽’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일까?

17일 가상화폐가 또 폭락했다. 이틀째 급락세다. 이날 가상화폐가 폭락한 것을 주식시장에 견주어 보면 전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모양새다. 가상화폐 시장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은 오후 3시 현재 22.75% 하락한 1341만6500원이다. 이 밖에도 리플, 이더리움 등 대부분의 알트코인도 20%~30%가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이날 가상화폐 폭락 원인을 놓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갑론을박도 뜨겁다.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정부의 규제를 악재로 꼽는다. 여기에 더해 세계 5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크라켄의 서버 다운 사태도 이번 폭락장에 한 몫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중국발 악재가 지목된다.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해 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거래소들이 개인 간 거래(P2P)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설하고 영업을 계속하자 중국정부는 더 강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정부는 P2P 플랫폼은 물론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까지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더구나 지난 2일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시키는 조처를 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시장의 불안감은 고조돼 왔다.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정부의 잇따른 경고도 폭락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장관의 거래소 폐쇄안이 나왔고 이어 가상계좌 실명전환에 동참하기로 했던 시중은행들이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이어 지난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안은)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은 또 한 번 요동쳤다.

한·중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도박에 가까운 투기 행태와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있따르자 규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은행은 앞서 금융 기술회사들이 가상화폐를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거래소를 통한 개인들의 거래도 사실상 차단했다.

말레이시아도 세무당국을 동원 자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루노'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밖에 필리핀, 베트남도 투자 자제를 요청하는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날 방송된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가상화폐 폭락이 정부 탓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 부총리 발언이 전세계 가상화폐 폭락의 원인이란 근거가 뭐냐"라며 "김 부총리 발언이 영향을 줬다 해도 정부 한마디에 전세계 가격이 몇시간 만에 20%가 흔들리면 그 자체가 비정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폭락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거품이 빠진다고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도 “실명제가 시행되면 규모가 큰 자금유입 가능성이 낮아지고 정부 규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투기자본의 국내 시장 탈출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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