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부소방서 구급담당 송재빈

 최근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이 대부분 유독한 연기에 의한 질식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독가스로 인한 사망(68%)이 화염에 의한 사망보다 훨씬 더 많았다.

따라서 연기(煙氣·smoke)의 특성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응하면 화재 발생시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연기는 작은 미립자로 가연물에 열분해를 일으켜서 일종의 불완전한 연소생성물로 산소공급이 불충분하면 탄소분이 생성 검은색 연기로 되며 인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연기속에는 일산화탄소, 포스겐, 유대인 대량살상 때 사용했다는 염화수소 등 독가스가 나온다. 한 모금만 마셔도 시야를 감퇴하며 피난 및 소화활동을 어렵게 한다. 어둠속에서 긴장, 패닉상태에 빠져 출구를 못 찾을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연기는 열에 의하여 유동 및 확산은 벽과 천장을 따라 진행하며 일반적으로 수평방향으로는 0.5~1m/초 정도로 사람의 걷는 속도 1~1.2m/초 보다 늦다. 그러나 계단실 등에서의 수직방향은 초기에 1.5m/초, 중기3~4m/초로 빨라지며, 굴뚝효과가 발생하는 건물구조에선 5m/초 이상이 된다.

시간 장소 환경에 따라 유독가스 이동이 빨라지므로 초기에 신속히 피난이나 진화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층부로 올라간 화염이 창문을 통하여 각 층으로 확산되고, 건물내 공용공간(승강장 부분)을 연기통로로 층 전체로 확산된다. 그래서 1층에서 시작된 화재가 갑자기 각층과 옥상에서 불과 연기를 뿜어대는 것이다.

경보설비나, 방송, 검은 연기 등으로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가장 먼저 코와 입을 막아야 한다. 젖은 수건이 없다면 옷가지로 막아 연기가 기도와 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재현장 유독가스는 한 모금만 마셔도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유독가스를 마시면 코피가 나거나 배가 아플 수 있으나 대부분 자각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의식을 잃는다. 좁은 공간에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흡입하면 1~3분 내에 의식이 흐려진다.

의식을 잃고 5분 내 구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에 산소 공급이 안 돼 뇌사에 빠질 수 있다. 젖은 수건이나 천으로 입을 가리고 이동하면 상당한 시간까지 견딜 수 있다. 당황하거나 패닉 상태에선 산소나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대피할 때 최대한 몸을 낮추고 이동한다. 연기는 열을 내포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는 코와 입을 막고 한 손으로는 벽을 만지면서 낮은 자세로 신속하게 대피한다.

탈출할 때에는 불길과 연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을 닫고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뉴욕 아파트화재도 탈출시 문을 열고 나오면서 급속한 불길이 확대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밖에 불꽃이나 연기가 가득 차 있다면 그대로 나가지 말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손등으로 문의 온도를 확인해보면 문밖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만약 손바닥으로 습관적으로 뜨거운 손잡이를 잡는다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젖은 수건이나 화장지를 물에 적셔 문틈을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창문이 있다면 옷가지나 밖에서 볼 수 있도록 흔들면서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연기의 유동에 따라 상체를 내밀면서 소리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스마트폰만 보고 다니지 말고, 평소 건물의 구조나 들어갈 때 만약에 상황 발생시 어디로 나갈 것인가를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특히 비상구나 소화기, 옥내소화전 위치는 미리 파악해두어야 한다.

불이 나고 연기가 들어차면 당황해서 비상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비상구 쪽에 물건이 쌓여 있거나 불에 쉽게 탈 만한 물건이 있다면 미리 치워둬야 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비상구에 물건을 쌓아 탈출할 수 없는 구조로 안타까운 희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넘어지면서 공기호흡기 면체가 벗겨져 유독가스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다. 시내버스나 차량 지하철 등에 비상용 망치가 창문 옆에 부착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사시 창문을 깨고 탈출하라는 것이다.

창문 파괴시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유리의 중량을 고려하여 윗부분부터 횡으로 파괴한다. 인간의 편리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들이 때로는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연기의 특성과 경로를 이해하고, 비상구를 확인하고, 소방차 진입로를 막는 불법주정차 하지 않기 등 몇 가지만 지켜도 큰 위기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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