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기자) ‘표해록’의 저자 금남 최부 선생을 기리는 국제학술세미나가 오는 12월 13일 나주 한국농어촌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사)금남최부기념사업회(회장 강원구)와 광주전남연구원(원장 박성수)이 공동주최하고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탁인석)주관, 나주시, 나주시의회, 재경호남향우회, 재광나주향우회, LG화학나주공장, 한국농어촌공사와 50여명의 기념사업회원의 후원으로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적 활동을 폈던 최부선생의 생애를 조명하고 기념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국제세미나는 김승환 나주문인협회장이 사회를 맡고 안종수 호남대교수(관광학박사)가 좌장을 맡아 세미나를 진행한다.

발제자는 표충옥(馮玉忠) 전 요녕대학교총장, 최한선 전남도립대교수(문학박사)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장(행정학박사) 등이며 토론자는 탁인석(전 순천폴리텍학장. 문학박사) 이경수 광주매일편집국장(관광학박사) 김만호(광주전남연구원 연구위원, 문학박사) 등이다.

기념사업회와 추진위는 이날 국제학술세미나를 계기로 기념관 건립과 중국 관광객유치 등 지역발전을 위한 모멘텀을 강구하기로 했다.

나주 동강 출신의 금남(錦南) 최부(崔溥, 1454~1504) 선생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일본 원인(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중국을 알리는 3대 기행문 가운데 가장 탁월한 저서로 평가 받고 있는 ‘표해록’의 저자다.

김종직의 문인으로 1478년(성종 9년) 성균관에 들어가 신종호 등과 문명을 떨쳤고 김굉필(金宏弼) 등과 동문수학하였다. 1482년 친시문과에 급제하여 교서관저작·박사, 군자감주부 등을 역임하였고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의 편찬에 참여했다.

1487년 제주도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으로 근무하던 중 부친상 기별을 받고 곧 고향으로 오다 풍랑을 만나게 된다. 14일간 표류하다가 해적선을 만나 곤욕을 치르고 명나라 태주부 임해현(台州府臨海縣)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왜구로 오인 받아 죽음직전까지 갔으나 뛰어난 필담으로 조선 관원이라는 것을 설명하여 영파-소흥-항주-소주-양주를 거쳐 북경으로 보내졌다가 135일만에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는 죽음의 위기에서도 상복(喪服)을 벗을 수 없다고 고집하기도 했는데 귀국 후 성종의 명으로 지은 책이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 3권이다.

이 책은 당시 명나라의 해안방비는 물론이고 중국의 정치, 운하, 지리, 민속, 언어, 문화 등을 연구하는데 더없이 요긴한 자료들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표해록’은 일반인은 볼 수 없는 금서로 남아 있다가 1573년에야 외손인 미암 유희춘 선생이 판본을 발간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표류기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널리 읽혀진 책이다. 도쿠가와시대(德川時代)에는 여러 판본과 사본이 통용되었으며 ‘당토행정기(唐土行程記)’라는 이름으로 일본어 번역본까지 간행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65년에 John Meskill에 의해 영어번역본이, 한국은 1979년 최기홍 선생에 의해 우리말 번역본이 발간되었다. 중국에서도 1992년 북경대학 갈진가(葛振家)교수의 소개로 ‘표해록’이 세상에 나왔다.

또 지난 2005년 강소성 무석시 석혜공원에는 최부 선생 기념비를 건립한 바 있다. 현시대 중국 지식인들은 한국인 중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첫 번째를 이순신 장군, 두 번째를 최부 선생이라고 꼽는다.

최부 선생은 훗날 수차(水車) 제도를 관개(灌漑)에 응용하는 시도를 하고 질정관(質正官)으로서 명나라에 다녀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폈으나 연산군의 잘못을 극간(極諫)하고 공경대신들을 통렬히 비판하다가 무오사화 때 함경도 단천으로 귀양을 갔으며 여기서 6년을 지내다 갑자사화 때 처형되었다.

한편, 최부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은 지난 2002년 11월과 2004년 10월, 2010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학술세미나가 있었고 2013년 사단법인 금남최부선생기념사업회가 결성된 바 있다. 그러나 최부선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업이 이뤄지지 못했으나 이번 각계의 후원과 협조로 국제행술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기념관 건립의 단초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최부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면서 선생에 대한 현창(顯彰)사업과 중국 관광객유치 등 지역발전을 위해 앞장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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