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서 무심회 회장.

착하게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미움도 시샘도/

죽음이 오면 남는 것이 없다/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는데...

 

나는 무력하게 엎드려 그저 그렇게 평온도 고즈넉함도 없이 그냥 존재만 하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나뭇가지 끝에 생선이 열리기를 기다리듯 더듬이를 잃은 곤충처럼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채 하나둘 잃어가는 연속의 과정에 괴로움이라는 질병이 침윤되어 있었다.

 

괴로움과 고통은 인간들의 진정한 법칙일까? 의문만을 품은 채 내 삶의 사다리에 간신히 매달려 허우적거림으로 머리가 쾅쾅 울리고 온몸이 갈가리 찢기고 산통을 겪는듯 한 고통의 거센 물결이 나를 덮쳐 갑갑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인다는 하심(下心)보다 더욱 강렬함을 지닌, 자신의 마음을 아예 없애버린다는 의미의 무심회(無心會)산행모임에 가입했다.

회원 모두는 천성이 게으르고 반항적이고 사람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질병을 앓는 인간들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또 타인에게 무엇을 얻기 위해 아부하거나 도움 청하기를 거부하는 더러운 습성을 가진 그런 인간들이고, 팔짱만 끼고 앉아 자신의 짐을 남에게 지우는 그런 위인은 없다.

신은 게으른 자를 돕지 않는다. 진리를 아는 자들끼리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접해보면 사회의 질서가 마치 권력이나 돈, 그리고 그들끼리만 주고받는 정보로 쟁취되고 유지되는 듯한 심한 환멸감에 우리 일행은 그저 조소로서 답해버리고 우리자신의 건강한 육신과 맑은 영혼을 얻고자 주말이면 떠나버리기를 벌써 200회를 훌쩍 넘기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태백산 두타산 소백산의 사시사철 풍경은 창조력을 부어넣었고, 생각은 환경과 뒤섞여 하나가 되게 하였다.

장소와 문화와 역사가 밋밋한 흥미 없는 산들도 지루함이 없고 깊은 절벽이나 사람의 생각을 정화하는 맑은 개울이 없더라도 영혼을 강하게 해준 고마운 그곳이다.

같은 꽃이라도 저들마다 특징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숨어서 우짖어주는 새들의 울음소리는 우리를 슬프게 해주는 그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나는 인생이란 당연히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무엇을 얻는다는 것 보다 잃어가는 것이 연속적으로 생긴다는 깨달았고 하던 일을 중간에 포기하는 행위는 자신의 삶과 가족과 사회에 하나의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리고 젊은 시절에는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한 개의 머리칼도 나이가 들어 하나하나 빠지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머리칼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느꼈고 일을 한다는 것은 소중하고도 행복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내가 무심회에서 저들을 만난 것은 나의 크나 큰 행운이라 생각하고 하나 둘 잃어가는 괴로움이라는 질병을 치유해가며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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