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김인선

햇살 번지면

수줍은 듯

말미잘 되어 꼭꼭 오므리며 속살 감추는

머리맡에 사르르 기척이 인다

아내다

곤한 잠 깨울까,

더듬더듬 벽 기어오르는 손가락

불 켜지자

새벽 꽃잎처럼 벌어진 속옷 자락

황급하게 여미는,

남다르게 유난한 꽃술 지녔나

누가 제 꿀을 훔쳐가나

한낮 같은 불빛 아래 실컷 보고 싶은데

외로 외로 꼬며

문기둥 잡고 돌아나가는

이따금

속상한 제 마음 줄기

슬쩍 꼬집기라도 하면

슬며시 돌아서 홀로 뱉는

눈물마저

보랏빛

나팔꽃으로

 

 약력

- 1954 생

- 인천 거주

- 현 대명종합건설 이사

- 공저

- 현대시선, 월간모던포엠, 자유문학세대

- 2011~2017까지 '나라는 미늘, 외 다수

- 문학시선 2017 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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