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11일 사전 조사를 통해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찬반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와 같은 의혹이 있음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 '적폐청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교육당국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적폐' 청산에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있었음에도 교육당국이 이를 사실상 눈 감았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또한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정부기관의 여론 개입 의혹에 대해 사전 조사해 10일 위원회에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교육부는 2015년 11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이 담긴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따른 의견수렴 결과 찬성 의견이 15만2805명, 반대 의견은 32만1075명이라고 밝혔었다.

진상조사팀은 사전 조사에서 국정교과서 찬반 의견 수렴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이유와 제출자의 인적사항이 동일하게 제작·제출돼 '차떼기 제출' 논란이 일었던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며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 했던 의혹을 다시 끄집어냈다.

진상조사팀이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돼 있는 찬반 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는 53박스다.

우선 26박스(약 2만8000장 분량)를 조사한 결과 동일한 의견서 양식(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적으로 적혀 있었다. 양모 씨(118장), 배모 씨(103장) 등 동일인의 이름으로 찬성 이유만 달리한 의견서도 수백 장 발견됐다. 특히, 1613명은 동일한 주소지를 기재해 찬성 의견을 제출했다.

조사팀은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를 제출한 4374명 중 677명을 무작위 추출해 유선전화로 진위 여부를 파악했고, 이 중 252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답변은 129건(51%), '제출한 사실이 없다'는 응답은 64건(25%), '인적사항 불일치' 12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47건이었다.

당시 ‘차떼기 제출’논란이 일었던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은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에 따라 직원 200여 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했다고 증언했다.

진상위는 조사팀의 조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여론 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의결했다.

진상위는 또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협력 여부, 여론 조작 여부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에 대한 신분상 조치 등도 요청할 계획이다.

진상위는 "故 김영한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노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메모, 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비밀 TF 현장 공개, 언론이 입수한 청와대 보고서 등을 검토해 보면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가 처음부터 여론 조작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된다"면서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