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야봉에서본 아침

‘신들의 정원’ 야생화들 환한 미소로 등산객 반겨

(이석호 기자) 지리산 반야봉. 대자연의 품에 살포시 안겨보려하나 아무에게나 그 품을 내어주지 않는 명산. 그래서 그 위엄 앞에 모든 산들이 부복하고 겸손해 한다.

산들이 하나같이 우러러보는 그 산에 잠시나마 안겨보려 등산객들은 오르고 또 오른다.

▲ 반야봉정상 (3)

우리나라 명산중 명산인 지리산은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며 반야봉은 노고단이 지척이고, 동쪽의 해를 띄워 달궁과 심원마을의 아침을 연다.

반야봉은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해발 1,915m)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의 두 번째 봉우리이며(해발 1,732m) 천왕봉, 노고단과는 삼봉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 반야봉오이풀꽃

이 봉우리에는 지리산의 산신인 천왕봉의 마고할미 전설이 내려온다.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佛道)를 닦고 있는 반야를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반야는 어느날 갑자기 돌아오겠다는 약속만 하고서 반야봉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할미는 석상이 되었으며 그 이후로부터 반야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 중에는 종주산행을 많이 하는데 보통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의 구간을 걸으나 반야봉은 스치고 가는 사람이 많다. 이는 반야봉이 종주코스 중 옆으로 비켜나 있으며 노루목에서 반야봉 정상까지 1km 구간은 심한 오르막으로 되어 있어 많은 시간과 힘이 들기 때문이다.

▲ 투구꽃

지리산 두 번째 반야봉은 노고단 고개에서 임걸령, 노루목을 지나 반야봉까지 왕복하는 탐방코스(편도 5.5km)로 대략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하산길로는 뱀사골이나 피아골로 내려오는 길이 추천 코스이고 되돌아 노고단으로 하산하기도 한다.

반야봉 코스는 지리산만의 풍요로움과 고고함을 느껴볼 수 있는 지리산 국립공원 대표 탐방코스로 안전하고 야생화 등 볼거리도 많다.

이번 산행에서는 쑥부쟁이, 산오이풀, 투구꽃 등의 야생화들이 등산객들을 반기며 ‘신들의 정원’에서 잠시나마 힘든 발걸음을 쉬어가라고 채근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반야봉은 큰 덩치임에도 정겨움과 사랑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리산의 풍요로움을 감상하며 일일산행이 가능한 매력적인 코스다.

▲ 쑥부쟁이

지리산 중앙부에 자리한 반야봉은 두 봉의 생김새가 하트모양으로 매우 독특해서 지리산 어느 곳에서나 방향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그 넉넉한 품새나 후덕한 산인상을 가슴으로 안으며 지리산 어느 봉우리에서도 반야봉을 찾고 바라보며 산진을 찍는 대표적인 봉우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이 어찌 좋은 길만 있으랴 봉우리가 솟았는데 바로여기 임걸령 샘터에서 노루목 반야봉까지는 오르막길로써 경사가 심하므로 안전에 주의를 요구한다. 그렇지만 힘든 만큼 등산하는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야생화, 가을 단풍 그리고 겨울눈이 아름다우며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늘 색다른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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