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한 시점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한이 점점 그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으며 국제사회도 함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유엔안보리에서 강도 높은 제재조치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 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북한의 레드라인을 언급하는 것에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고 처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ICBM에 핵탄두 탑재 시점으로 규정한 것은 소강국면에 접어든 미·북간 대치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불필요하게 불안감을 고조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화의 여건이 갖춰진다면, 또 갖춰진 대화의 여건 속에서 남북 관계를 개선해나가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도움된다고 판단된다면 그때는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우리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0년간의 단절을 극복해내고 다시 대화를 열어나가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대화 자체를 목적으로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구상중인 통합정부추진위원회에 대한 설명과 현재까지의 인사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침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서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서 가장 균형잡힌 인사, 탕평인사, 통합적 인사라고 긍정적인 평가들을 국민들이 내려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정부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 하는 분들로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게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코드·보은 인사 지적을 일축했다.

이어 "과거 정부에서 중용됐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능력만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또 경선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다 함께 하는 그런 정부를 구성했다"며 "앞으로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그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국회 개헌특위에서의 방안 마련과 정부 내 별도의 개헌특위 구성 등 2가지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추진은 두 가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지금 하고 있는 국회 개헌 특별위원회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 주권적인 개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다른 하나는 만약에 국회의 개헌 특위에서 충분히 국민 주권적 개헌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부가 그때까지의 국회 개헌특위 논의사항들을 이어 받아서 자체적으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개헌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별도의 정부 산하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어쨌든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하겠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과 국민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새 정부 정책 추진에 따른 재원 대책과 증세 우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증세 가능성과 관련 "추가 증세의 어떤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들의 공론이 모아진다면, 그리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그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지금 정부가 발표한 여러가지 복지 정책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감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현재 정부가 밝히고 있는 증세 방안들은 정부에게 필요한 재원 조달에 딱 맞춰서 맞춤형으로 그렇게 결정된 것"이라며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이 재원 대책없이 계속해서 무슨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만 내놓는 게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우리 서민들을 괴롭혔던 '미친 전세' 또는 '미친 월세' 이런 높은 주택 임대료의 부담에서 서민 또는 젊은 사람들이 해방되기 위해서도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그 것으로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에 부동산 가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시간이 지난 뒤에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보유세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공평과세라든지 소득재분배라든지 또는 더 추가적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어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 당한 언론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며 "어쨌든 언론의 공공성 확보와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노력은 언론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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