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전국 대부분 산란계 농장에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 화성 봉화농장에서 관계자들이 경기도 생산 번호 ‘08’ 계란 출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당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전수조사에 따라 살충제 성분이 미검출 되었다는 분석결과서를 교부 받고 정상 출고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뉴시스

(김형운 기자) 유럽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살충제 계란'이 국내 농장에서 버젓이 생산·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항생제와 농약 사용을 최소화했다는 친환경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금지 살충제인 피프로닐을 사용해 알파만파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가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했고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은 전날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검출됐다.

경기 남양주시 A농가에서는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 성분이 코덱스 기준치인 0.02mg/kg 보다 많은 0.036mg/kg이 검출됐다. 이 농가는 8만마리를 사육해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랸을 생산하고, 도매상격인 중간유통상 5곳에 계란을 납품해왔다.

피프로닐은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데 쓰이는 살충제로, 식용 목적의 가축에는 사용이 일체 금지돼 있다.

경기 광주시 B농가에서는 비펜트린(Bifenthrin)이 기준치 0.01mg/kg 보다 많은 0.0157mg/kg 검출됐다. 이 농가의 산란계 사육 규모는 6만수이며, 하루 1만7000개를 생산한다.

비펜트린은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일본명 와구모)를 제거하는 살충제로, 허용 기준치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전북 순창의 C농장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됐으나 기준치 미만인 0.006mg/kg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경기 지역 두 농장은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아 친환경 농가로 선정된 곳이다. 통상 소비자들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농가에서 출하된 경우를 친환경 계란으로 인식한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는 전체 산란계 농장 1456곳 중 53.6%에 이른다.

하지만 현행 기준에는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호르몬제를 사용하거나 구충제를 비롯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한 가축의 약품 휴약기간이 2배가 지나면 무항생제 인증마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두 농장에서 판매·유통된 계란 전량을 최대한 서둘러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법령 위반 요건을 검토한 뒤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형사고발도 취한다. 유독·유해 물질이 들어있거나 우려가 있는 축산물을 판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0.7~1.0㎜ 크기의 닭 진드기는 닭에 달라붙어 1~2시간 동안 피를 빨아먹고 살며 산란율과 달걀 품질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많은 농장들이 진드기 제거를 위해 살충제를 사용한다. 당국이 가축이 없는 빈 축사에 살충제를 뿌리거나 저농도 약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살충효과를 높이려 직접 닭 몸에 약을 뿌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닭 피부에 살충제가 스며들어 인체에 해로운 오염 계란을 낳게 된다.

정부가 관계부처 및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전국 산란계 농장 1430곳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에 나선 이유다. 두 농장 외에 유독 살충제를 위법하게 쓰는 농장이 더 있을 여지가 있다.

TF는 식품산업정책실장을 TF 팀장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생산자단체, 유통업체가 참여한다. 전수 검사는 사흘 이내에 완료한다는 복안이다.

계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계란 생산·유통량이 많은 20만 마리 이상 산란계 농장 47곳에 대한 검사를 우선 끝내 16일부터 평상시 25%에 해당하는 물량을 출하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검사증명서 발급 후 출하하는 식이다.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었다. 하지만 정부는 유럽산 수입 계란에만 신경써 왔다.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사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검사를 지난해에야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표본 60곳을 추출해 피프로닐을 검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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