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인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전쟁은 다시는 안되며 한반도 안보 문제는 동맹국의 의존에서 벗어나 당사자인 우리 주도로 해결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 72주년 경축사를 통해 본인이 한반도 평화 구상을 통해 제시한 대북(對北) 해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울러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관점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사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위안부 피해자의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 등 국제사회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으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과 미국이 각각 '괌 타격' 위협과 '예방전쟁', '전면전쟁' 등 수위높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당사국인 우리 정부가 자칫 남북문제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 인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며 핵동결 대화입구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한·미의 공통된 입장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인위적·흡수통일과 북한 정권의 붕괴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또 오로지 미국과만 대화하겠다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돌이키기 위한 메시지도 함께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천명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며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겉으로는 민족성을 운운하면서 속으로는 철저하게 한국을 배제하는 대남전략을 펴고 있는 모순적 상황을 지적하며 남북이 함께 해결해가자는 뜻을 밝혔다.

특히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문 대통령이 "우리가 돕고 만들어가겠다"는 부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메시지와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김 대통령은 "동족끼리의 대화는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협상만 고집하는 불합리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선 끊임없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한일관계 회복 조건으로 걸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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