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혼수 상태로 고향인 오하이오주에 돌아갔던 미국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22)가 현지시각 19일 오후 2시 20분 끝내 숨을 거뒀다고 RFA가 20일 전했다.

웜비어 씨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천덕꾸러기 같은 정권(Pariah Regime)’인 북한의 비인간적인 처우로 아들이 희생됐다고 비난했다.

오하이오주 출신인 웜비어는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립대학 3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지난해 1월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그는 체제 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북한 당국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 즉 스웨리예 대사관의 영사접촉을 거부한 채 지난 13일 석방될 때까지 그를 억류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웜비어가 말을 하거나 보지도 못하고, 말을 걸어도 반응을 하지 못했으며 매우 불편하고 고통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아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지 못하더라도 하루 만에 안색이 평안하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아마도 그가 집에 돌아간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웜비어 씨와 가족을 위해 기도한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웜비어가 귀국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 미국의 대북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웜비어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북한을 “잔인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멜라니아와 나는 웜비어의 때 이른 죽음에 대해 그의 가족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 부모로서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보다 더한 아픔은 없을 것”이라며 “웜비어와 가족, 그리고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웜비어 씨가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조의를 표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웜비어 씨의 부당한 구금에 책임이 있다”면서, “북한에 불법 억류돼 있는 나머지 세 명의 미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억류 중인 미국 국적자를 놓고 대북 강경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함께 오는 29~30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 제재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되면 남북 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웜비어의 유가족에 조전(弔電)을 보내 안타까움을 표하고 위로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웜비어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조전을 보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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