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정부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했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가계약법에는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라 발생한 비용 즉 각종 공사비나 관리비, 간접비등을 추가로 보전해 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발주기관의 귀책으로 공기가 연장되더라도 발주기관들이 규정을 핑계로 추가비용을 주지 않자 기재부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올 초 개정했다. 문제는 개정지침이 허점투성이라는 점이다.

먼저 대상범위를 올 1월1일부터로 제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소송중인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작년 말 기준 추가공사비를 받지 못해 발주처와 소송중인 사업은 33건, 금액으로는 2400억원에 이른다.

또 일선 발주자가 귀책사유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추가 예산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어렵다. 요구를 한다더라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거나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이다. 이러니 업체들의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대형사업에서 6개월간에 공사비 추가 증액 요건이 발생할 리 없다. 올해 이후 공고된 공사는 아직 착공은 커녕 계약도 맺지 못한 현장도 많다. 정부가 말로는 간접비를 지원한다고 하면서 간접비를 지급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

신청회수와 신청 시기를 제한해 놨다는 점도 문제다. 신청회수는 1회로, 신청 시기는 전년도 5월 31일로 못 박았다. 준공이 12월인 경우 무려 1년 6개월간 발생하는 공기연장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받지 못한다. 한 마디로 개정했다는 시늉에 불과하다.

안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행정편의주의 대표적인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해외의 글로벌 계약방식과도 차이가 난다. 해외에서 표준 계약서로 통용하는 국제 컨설팅 엔지니어링(FIDIC)등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개정 지침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올해 1월1일로 못 박지 말고 종전사업도 소급 적용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자율조정항목에 공기연장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처럼 개정했다는 식의 시늉으로는 업체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 방안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개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업체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 개선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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