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대상 계열사 91곳의 내부거래 규모는 되레 2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 삼성, 효성 등 7개 그룹의 규제대상 계열사 내부거래는 크게 증가한 반면, 현대백화점, 현대자동차그룹 등 나머지 그룹의 규제대상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감소했다.

7일 CEO스코어가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제도가 시행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간 오너 일가가 있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22곳의 984개 계열사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총액은 133조 6,378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3.7%(21조 2,366억 원) 줄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 오너 일가 지분 30%(상장사)?20%(비상장사) 이상 기업의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984개 계열사 중 공정위 규제대상은 91개사(9.3%)인데, 이들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7조 9,183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3.1%(1조 4,857억 원)나 급증했다.

공정위의 내부거래 규제대상은 대기업집단 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으면서 오너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다. 이번 조사에서 오너 일가가 없는 포스코, 농협, KT,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KT&G, 대우건설 등 7개 그룹과 계열사 간 거래 현황을 공시하지 않은 한국투자금융, 하림 등 2개사는 제외했다.

공정위 규제대상 기업을 그룹별로 보면 효성이 17개사로 가장 많고, GS(15개사), 부영(10개사)도 10개사를 넘었다. 이어 영풍(6개사), 롯데·CJ(5개사), 현대자동차·OCI(4개사), 한화·대림·미래에셋·KCC(3개사), LG·한진·LS·금호아시아나(2개사), 삼성·SK·신세계·두산·현대백화점(1개사) 순이다.

이들 91개사의 2014년 이후 내부거래금액을 그룹별로 보면, 롯데정보통신을 비롯한 롯데그룹 5개사가 18,467.2%(5,695억 원)나 폭증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들 5개사의 내부거래액은 5,726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 6,885억 원의 83.2%에 달했다.

삼성은 규제대상 계열사가 삼성물산 1곳으로, 내부거래 증가율은 284.2%(2조 2,082억 원)였다. 이어 효성은 규제대상 계열사 17곳의 내부거래 증가율이 67.0%(640억 원)로 3위였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 1개사가 42.4%(28억 원) 증가했고, SK는 SK(주) 1개사가 29.6%(3,013억 원), 대림은 대림코퍼레이션 등 3개사가 28.9%(1084억 원), 두산은 (주)두산 1개사가 16.9%(643억 원) 증가했다.

조사대상 22개 그룹 중 2년 전에 비해 공정위 규제대상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증가한 곳은 이들 7개 그룹이었다.

반대로 현대백화점은 규제대상 계열사가 현대A&I 한 곳뿐인데,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1원도 없었다. 현대차도 현대머티리얼 등 4개사 내부거래액이 97.4%(9,985억 원)나 급감했고, 한진은 2개사가 86.9%(697억 원), 미래에셋은 3개사가 82.4%(1,587억 원), LS는 2개사가 70.4%(311억 원) 감소했다.

이밖에 GS(-49.6%, 3625억 원), 부영(-48.7%, 45억 원), 영풍(-38.8%, 171억 원), KCC(-22.1%, 437억 원), 한화(-19.7%, 1212억 원), OCI(-19.7%, 206억 원), LG(-5.9%, 212억 원), CJ(-0.3%, 11억 원)그룹의 규제대상 계열사들 내부거래액이 최근 2년 새 일제히 줄었다.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2013년 10월 입법 예고하고, 신규 거래에 대해서는 2014년 2월부터 시행하고, 기존 거래에 대해서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둔 뒤 2015년 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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