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25 한국전쟁 발발 67주년을 맞는다. 미국에서 6.25전쟁은 한때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희생자들을 기리고 전쟁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VOA가 6일 소개했다.

한 해 2,5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인 미국 워싱턴 시내 대형 잔디광장 내셔널 몰. 광장 서쪽 끝에는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을 기리는 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대낮에 15분만 서 있으면 300명의 관광객이 지나간다는 이 기념공원은 워싱턴에서도 손꼽히는 명물이다.

6월의 어느 날, 평일임에도 기념공원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특히 수 백 명 규모로 다니는 수학여행 학생들이 많았다. 이 날도 미국 전역에서 5개 학교 학생들이 기념공원을 찾았다.

워싱턴 DC의 밴크로프트 초등학교 캐서린 데이비 교사는 3학년 학생 65명이 워싱턴의 기념물들에 대한 공부를 한 뒤 현장학습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 학생은 기념공원 내 행군하는 미군 병사 19명의 조형물을 가리키며, “그들이 도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해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델라웨어주 앨런 프리어 초등학교에서 온 5학년생 에이든 에비올라는 “한국에서 우리를 위해 싸운 이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이 전사한 이후에도 이곳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멋지다”고 말했다.

기념공원 한 가운데 서 있는 미군 병사 19명의 조형물은 돌이 아닌 강철로 만들어져 흐르는 듯한 옷자락과 섬세한 얼굴 표정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워싱턴 DC의 모든 기념물 중 강철로 만든 것은 이 조형물이 유일하다. 관광객들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이라는 이름은 기억 못해도 미군 병사 동상이 어디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유명한 조형물이다.

미국 학생들 외에 전 세계 각지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볼 수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한국전 당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었지만, 이들에게는 과거의 일일 뿐이다.

자신을 ‘양’선생이라고 밝힌 노인은 동독과 서독이 통일했는데 한반도도 통일이 된다면 중국인들이 기쁘겠다며,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온 한스 브레너 씨는 미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지도력과 헌신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미국의 역할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공원은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오랜 명소이다. 서울에서 이곳을 찾은 옥진숙 씨는 5살이던 1951년 1.4 후퇴 당시 평양에서 월남한 실향민으로, 소감이 남다르다.

옥 씨는 “내가 이북에서 전쟁을 피해 남한으로 피난을 온 사람이어서 이 분들의 희생에 대해 가슴도 아프고 또 미국 정부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의 폴 마이스토 씨는 한인사회가 이 기념공원에 보이는 애정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빗자루를 들고 와서 공원을 쓸고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한인들을 봤다며, 매우 놀랍고 기쁜 광경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토 씨는 또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도 이 공원에 매주 월요일마다 화환을 보낸다며, 한국인들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지 않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시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새로운 조형물을 세우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미 의회가 지난해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법안’을 의결한 데 따라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의 윌리엄 웨버 이사장은 1,500만 달러의 건립비용을 모금하고 있다며, 3년에서 5년 안에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모의 벽이 세워지면 현재 기념공원 내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란 문구가 더욱 분명하게 표현될 것이란 설명이다.

미 동부의 한국전쟁 기념물 가운데 워싱턴 DC의 기념공원이 대표적이라면, 서부에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한국전쟁 기념비가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프리시디오 국립공원에 있는 이 기념비는 폭 10m, 높이 3m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샌프란시스코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의 존 스티븐슨 부회장은 기념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멀리는 67km 떨어진 산호세에서부터 학생들이 버스를 대절해 견학을 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슨 부회장은 안내소에 한국전쟁을 알리는 시청각 자료도 구비해 놨다며, 한국전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도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디지털기념관이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 기념관은 참전 미군 병사들의 영상 인터뷰와 그들이 전쟁 당시 찍은 사진, 일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던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전쟁유업재단의 한종우 이사장은 참전용사들이 거의 대부분 한국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파병됐었고, 한국을 떠날 때 비참하게 파괴됐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줄 몰랐고, 그래서 자기가 가서 고생한 것들, 목숨을 걸고 고생한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들을 알고 난 다음에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달라져 있다”며 “마지막 말미에 가서는 거의 모든 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리고 한국이 고맙다’라는 얘기를 우리에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참전용사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전쟁 관련 기념물은 비석이나 벽, 건물, 기념공원 등의 형태로 40개 주에 10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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