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궁한 북한 민중에게 제재와 구별하여 원조의 손길이 이어지게 해야 하지만, 그 대상과 방법의 타당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뉴시스

김정은 체제하에서도 많은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곤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월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 강행으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이전보다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게 됐다.

일본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대표는 “곤궁한 북한 민중에게 제재와 구별하여 원조의 손길이 이어지게 해야 하지만, 그 대상과 방법의 타당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체 북한 주민 중 누가 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이는 유효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최근 발표한 ‘북한으로의 인도적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글의 주요 내용이다.

북한 정권은 전 국토를 장악하고 있고, 무장세력이 활동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내전으로 인한 통치 불능한 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점에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차드, 시에라리온,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과는 크게 다르지만, 현 북한 체제는 국민의 대부분에 대해 충분한 영양, 위생, 보건, 식수 등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 또한 그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전기 공급도 평양의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군인에 의한 약탈과 살인, 강도가 많이 빈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는 등 치안 유지의 불안감도 보인다. ‘인간의 안전 보장’이 위협 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북한 국민에게 거의 유일한 식량 입수경로였던 국가식량배급 시스템은 90년대에 마비 상태에 빠져 대량의 아사자를 발생시켰다. 그 시스템의 회복이 불가능한 가운데, 시장경제가 자연발생적으로 급속히 확대돼 식량입수의 경로가 다양화된 것이 현재의 북한이다. 현재, 북한 주민의 대부분은 배급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현금으로 식량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명 중 3명 “받은 식량 반납했다”

대북 인도지원을 보다 유효하게, 그리고 유용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별, 직업별, 계층별로 식량에 접근하는 방법을 검토해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국에서의 지원 물자는 국가기관에 의한 조직적인 횡령과 부정부패로 인한 시장 유출에 노출돼 왔다. 전자는 주로 ‘우선배급대상’으로, 후자는 현금과 바뀌어져 ‘민간보유’가 돼 시장에서 유통되게 된다.

한국 NGO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2011년 3월말 한국주재의 탈북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78.2%가 ‘지원 식량을 받은 적 없다’고 대답했다. ‘받은 적 있다’고 한 사람 중 27.4%가 지원 식량을 ‘당국의 지시에 따라 반납했다’고 대답했다. 지원 식량의 행선지는 73.6% ‘인민군’, 69%가 ‘노동당 간부’라고 답했다.

현금공여가 아닌 현물로 지원한다고 해도, 그것도 유용(流用) 된다. 원래 식량구입(수입) 및 농업기반 정비에 쓰여야 할 북한 정부의 자금이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되면 현금 공여의 유용(流用)과 결과는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우선 배급대상’에 대해 국가 책임으로 구입 및 지급돼야 할 식량이 외국으로부터의 지원으로 조달된다면, 거기에 쓰여야 할 자금은 붕 뜨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권은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일에 사용하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지갑은 하나다. 붕 떠버린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원조 공여자는 결정할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의 4년 동안, 그들이 주력해온 것을 돌이켜보자. 마식령스키장 건설, 평양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건설, 고층아파트 건설, 승마클럽, 김정일의 거대한 동상 추가 건립,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을 안치할 금수산 태양궁전의 대대적인 보수, 그리고 핵과 로켓 개발, 36년 만의 노동당 대회 개최 등의 이벤트…등이다. ‘김정은의 실적’으로서 관영 미디어에서 크게 선전해왔다.

또한 경찰이나 보위부의 장비를 보충하는데도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과의 국경지역에 있어서 중국제 휴대전화의 전파 탐지, 방해전파 발신 기기가 새로 대량으로 배포되고 있다고, 2012~2016년에 많은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다. 모두 김정은의 우상화와 권위를 세우는 체제 정통화, 군사력 강화, 인민통제 강화가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의 경제파탄과 사회 혼란으로 배급 제도가 마비돼 많은 사람이 아사했다. 그 후 많은 주민은 장사나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으로 현금을 입수, 시장에서 매매되는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이후 배급 제도가 부분적으로 밖에 복구되지 않았지만, 아사자가 속출하는 기근은 수습되었다. 또, 전국에서 2003년에 합법화된 종합 시장에는 항상 각종 식량과 식품이 판매된다. 지금은 현금만 있으면 누구든, 언제든 식량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북한의 식량문제는 ‘절대량 부족이 아닌, 식량 접근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여러 우려를 안고 있으면서도 북한으로의 인도원조는 과제로서 계속 제기될 것이며, 준비가 필요하다. 어디의 누구를 우선하여 식량을 전달할 것인지, 그 대상을 엄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식량확보 방법의 분류 중에서, ‘우선배급대상’은 체제 유지 때문에 본래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 부담해서라도 식량을 공급하려는 카테고리의 사람들이다. 바꿔 말하면, ‘우선배급대상’으로의 인도원조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재정원조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의 우선 대상은 배급 시스템에서 배제되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으로의 인도적 원조에서 유효성을 높이고 유용을 최소화하려고 할 때, 대상의 엄선이 중요해진다. 먼저 앞서 언급한 3분류 가운데에서 ‘우선배급 대상’을 제외하고, ‘배급 두절 그룹’과 ‘협동농장원 세대’로 압축한다.

다음으로 ‘배급 두절 그룹’의 안에서 또 엄선한다. 이 카테고리의 상위층 사람들은 상행위를 통해 굶지 않고 먹고 있기 때문에, 지원의 긴급성은 떨어진다. 빈곤층으로의 엄선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중・대도시에서는 어렵다.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과 ‘우선배급대상’, ‘배급 두절 그룹’의 상위계층이 같은 지역에서 섞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도시에서는 지구(地區)가 아니라, 유아와 임신부, 노인, 학생, 고아 수용 시설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해 대상을 엄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방의 소도시와 산간의 비농업지구는 그 대다수가 국가 배급시스템에서 제외된 데다 상행위에 불리한 지리적 조건이기 때문에 그대로 대상으로 삼아도 효율이 높은 원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농촌의 경우 지구(地區)로서도, 직종으로서도, 북한에서 가장 빈곤하다고 분류된 것이 협동농장이다. 전년의 수확에서 국가에 규정량을 내고, 또 군량미, 수도미(평양 시민들에 대한 배급용 식량)를 징발 당한 후 남은 분량이 농장원들의 몫이지만, 전국 대부분의 농장에서 빠르면 3월경부터 식량부족이 발생하기 시작해 햇감자가 나오는 6월 정도까지의 기간에 많은 농민이 극히 열악한 영양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은 농민출신의 탈북자가 90년대부터 반복해 증언해 온 것이고, 현재도 북한 내부의 농촌으로부터 같은 상황들이 전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대북 식량지원을 하게 된다면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압축한 것은 농민이다.

생산자가 굶주리는 것은 수탈 때문이다. 2012년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의 대규모 농장에서 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다. 원인은 군량미, ‘수도미’의 과도한 징발이었다.

인도 위기 발생에 대해, 향후 큰 관심과 주의를 요하는 곳이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의 농촌이다.

일찍이 일본은 북한에 대해, 한해에만 50만 톤의 대량 쌀 지원을 실시한 실적이 있고(2001년),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에 의해 큰 경제적 보상을 공여할 가능성이 있다 (2003년에는 납치피해자 가족의 귀국에 따라 12.5만 톤을 지원).

돌이켜보면, 과거 대형지원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지금까지 전혀 검증이 돼 있지 않다. 지원 물자가 약속대로 배분되고 있는지 충분히 감시 및 확인하기가 매우 곤란한 것이 큰 이유이다.

하지만 세계 식량계획(WFP)가 지원한 탁아소 어린이의 25.4%가 영양실조에 의한 발육부진’이라고 발표했듯이(2016년 4월), 지금도 북한 주민 대부분이 영양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향후 호우나 가뭄 등 자연 재해의 발생으로 피해자에 긴급 원조가 필요할 경우도 있을 것이고,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나 한국에 대해 직접 원조를 요청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북한 식량 문제는 ‘접근성의 문제’

중요한 것은 유용을 최소화하고 정말로 효과를 바랄 수 있는 방책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의 인도 지원을 생각할 때 ‘필요량-절대량=지원해야할 양’이라는 ‘공식’은 옳지 않고, ‘북한의 배급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식이 결코 굶주린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선의 지원방식이 아님을 지적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국가에 의한 식량 배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영양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며, 전혀 식량 배급을 받고 있지 않음에도 굶주림과 무관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하다.

북한의 식량 문제는 ‘절대량의 부족’이 아니라 ‘접근성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의 식량배급제도는 정치적으로는 단적으로 말해 ‘먹을 것을 줄 테니까 말을 들어라’라는 인민통제의 지배 도구이다. 90년대 전반까지 식량을 취급할 수 있는 것은 국가뿐으로, 개인이 장사하는 행위는 엄격히 단속됐다. 따라서 북한 국민은 배급이 끊어지면 급격하게 굶주리게 되는 것이다.

예외는 농민에 의한 소규모 판매(농민시장)와 암거래로, 이것이 90년대 기근의 시기에 급속히 확대돼 시장경제로 성장했다. 그 결과, 배급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인데도 기근이 수습된 것이다. 즉, 경제의 시장화를 독촉하는 것이 식량문제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는 셈이다. 또 경제의 시장화는 독재 통치 시스템의 약체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 경제의 시장화 촉진에 큰 역할을 해 온 것이 중국이었지만, 향후 제공자 측이 주체적, 전략적으로 어떻게 북한의 시장화에 관여하느냐가 지원의 효율성을 생각하는데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